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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3

낙엽비 - 윤명상 낙엽비 / 석우 윤명상 낙엽비가 우수수 쏟아집니다. 가을바람 타고 쏟아집니다. 가을비는 낙엽을 적시고 낙엽비는 내 마음을 적십니다. 가을비는 바닥에서 흐르고 낙엽비는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2023. 11. 20.
국화꽃 옆에서 - 윤명상 국화꽃 옆에서 / 석우 윤명상 사뭇, 성난 수탉 같은 늦가을의 표정에 몸과 마음은 움츠러들었다. 그럴수록 따뜻한 색깔로 가슴을 데우는 환한 화롯불. 웅크렸던 몸과 쌀쌀했던 마음은 한 송이 국화꽃이 되었다. 2023. 11. 16.
미안해하지 말아요 - 윤명상 미안해하지 말아요 / 석우 윤명상 사랑은 주는 거라고 아낌없이 주는 거라고, 그러니 미안해하지 말아요. 당신은 충분히 내게 사랑을 주었고 그 사랑으로 행복했거든요. 그러니 미안해하지 말아요. 사랑이 꽃이 되지 못했다고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그때의 사랑이 이제는 내 가슴에서 그리움의 꽃이 되었거든요. 그러니 미안해하지 말아요. 2023. 11. 12.
빈 의자의 사색 - 윤명상 빈 의자의 사색          / 석우 윤명상 호반의 빈 의자는늦가을 호수를 바라보며사색에 잠겨 있습니다. 이따금 찾아오는 그림자도스쳐 가는 바람도갈바람에 떨어진 낙엽도의자에 앉아 사색합니다. 나도 의자에 앉아봅니다.그늘과 바람이 남긴차가운 동질감을 느끼며사색에 잠기고 맙니다. 뒤에 오는 누군가도의자에 앉아나의 사색을 느낄 것입니다. 2023. 11. 9.
단풍과 낙엽 - 윤명상 단풍과 낙엽 / 석우 윤명상 단풍이 참 곱습니다. 지나온 나의 청춘처럼,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니, 일부러 외면했습니다. 단풍은 곧 낙엽이 될 거라는 것을, 단풍 사이로 낙엽이 춤을 춥니다. 끈을 놓는 대신 자유로운 영혼이 됩니다. 2023. 11. 6.
대청호 수몰지에서 - 윤명상 대청호 수몰지에서         / 석우 윤명상 대청호 푸른 가슴에는누군가의 사랑과건져내지 못한 추억이 있다.   거닐던 골목은 물결이 되고나누던 사연들은호수에 녹아들어 윤슬이 되었다.   가만히 호수에 귀 기울이면느껴지는 아득한 소리는독백이 되어 가슴을 울리는데,   추억이 잠든 호수에는 그리움을 찾는 철새들 날아와 윤슬을 헤치며 자맥질한다.   *문학사랑 149호(2024.가을호)에 수록 2023. 11. 2.
갈대의 사랑 - 윤명상 갈대의 사랑 / 석우 윤명상 흔들려도 좋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면, 삶은 흔들리며 성숙해지는 것.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마음을 잡고 있다는 의미다. 바람은 마음을 훔치려 애를 썼겠지만 끝내 눈길만 끌었을 뿐이다. 순천만 습지에는 그렇게 흔들리며 지킨 오랜 사랑으로 가득했다. 2023. 10. 31.
말과 소음 - 윤명상 말과 소음 / 석우 윤명상 문화원에서 여행 가는 날, 새벽어둠 속에서 관광버스은 어느새 무논이 되고 개구리 개굴 거리듯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뒤엉켰다. 경칩의 개구리는 모내기 끝낸 논에서 밤새 시끌벅적 울더니 가을 개구리는 버스 안에서 쉬지 않고 울었다. 2023. 10. 28.
속도를 줄이세요 - 윤명상 속도를 줄이세요 / 석우 윤명상 언젠가 시속 36km에 과태료를 물은 적이 있다. 30km 속도제한 도로에서 6km를 초과한 죄다. 몸이 느려지는 나이, 몸은 이제 30km를 원하는데 생각은 여전히 70km를 넘겨 몸을 따돌리며 과속할 때가 많다. 이제는 몸에 맞춰 생각의 속도를 줄여야 할 나이, 생각이 과속할수록 마음에는 범칙금 고지서만 쌓인다. *대전문예창작(2023.제4호)에 수록 2023. 10. 24.
가을을 그리는 중 - 윤명상 가을을 그리는 중 / 석우 윤명상 강원도에서 숲을 물들이던 가을비가 오후에는 중부지역을 지나 남쪽으로 옮겨 작업을 한단다. 가을비가 그려놓은 작품을 보기 위해 원주 소금산으로 가는 길, 음성까지 내려와 일하고 있었다. 원주에 가까워질수록 작업에 몰두하는 가을비의 분주한 손놀림은 내 가슴까지 물들였다. 번거로움을 무릎 쓰고 작품 속으로 들어갔지만 물감이 말라야 완성될 그림이기에 기대하며 돌아선다. 2023. 10. 20.
가을 타는 남자 - 윤명상 가을 타는 남자 / 석우 윤명상 고독이 물드는 계절, 내 가슴은 수다쟁이가 된다. 수척해지는 나뭇가지와 달리 마음은 통통해지고 나뭇잎이 야위어 갈수록 내 가슴은 시냇물처럼 잔소리가 늘었다. 단풍처럼 치장에 신경 쓰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가슴을 주저하지 않았다. 화선지에 번지는 물감처럼 내 가슴은 물방울 하나에도 가을이 물들고 쑥부쟁이 향 같은 갈바람이 내 가슴에 불었다. 2023. 10. 19.
사랑의 계절 - 윤명상 사랑의 계절 / 석우 윤명상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것처럼 가을은 사랑에 빠진 게 분명하다. 왕성하던 정열과 패기는 한순간, 곱고 수줍게 변신하는 중이다. 친구가 그랬다. 우락부락 작업복 하나로 활보하더니 연애를 시작하면서 꽃이 피었다. 꾸미고 나니 얼마나 멋지던지, 딴사람이 되어 영락없는 가을 분위기였다. 가을을 보노라니 오래전 그 친구가 떠오른다. 가을은 사랑이었다. 2023. 10. 15.
약속을 기다리는 동안 - 윤명상 약속을 기다리는 동안 / 석우 윤명상 만나기로 한 순간부터 나는 그만 예닐곱 소년이 되었다. 나이를 잊어버리고 세월을 잊어버린 나는 단발머리 소녀를 기다렸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세월이 묻어 있는 모습이 아닌 흙투성이 개구쟁이가 좋겠다. 약속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나는 온통 희미한 그를 찾아야만 했다. 잃어버린 세월을 거슬러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나는 속으로 짧은 기도를 했다. 늙은 세월이 아닌 함께 뛰어놀던 그리움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2023. 10. 12.
30초의 여유 - 윤명상 30초의 여유 / 석우 윤명상 막혀 있던 길에 주어진 30초의 여유. 길 한복판의 간섭이 없는 권리며 불가침의 공간이다. 짧지만 충분한 30초, 사랑하는 마음이 지나고 그리운 마음도 지나고 서로 지나치기도 하는 홍해가 갈라진다. 2023. 10. 10.
내 청춘에게 - 윤명상 내 청춘에게 / 석우 윤명상 나는 늙음보다 앞선 사랑을 하고 싶다. 늙음이 미쳐 따라올 수 없는 늙음을 잊은 사랑, 청춘을 잊은 나이에 나이를 잊은 사랑이면 좋겠다. 어린 날을 동경하는 것처럼 별을 보며 사색에 젖던 것처럼 사랑하고 싶다. 그리움이 꽃이 되는 날, 더는 그리움이 아닌 그리움을 잊은 사랑이면 좋겠다. 너의 이름을 부르며 계산되지 않은 마음으로 마주 보는 사랑을 하고 싶다. 2023. 10. 7.
가을이 익다 - 윤명상 가을이 익다 / 석우 윤명상 가을이 냉정해졌다. 철없던 사춘기의 울고불고 까불던 변덕은 까마득히 잊히고 젊잖은 티를 풍긴다. 목에 힘을 빼며 한 걸음 물러서더니 힘겨루기에서 배려로 자세를 바꿨다. 지금 가을은 무르익어 가는 시절, 한창 철들어 가는 중이다. 2023. 10. 5.
마음속의 섬 - 윤명상 마음속의 섬 / 석우 윤명상 대청호에 섬 몇 개 서 있고 나는 물 밖에 서서 갈 수 없는 섬을 그리워합니다. 내 마음의 호수에도 우두커니 서 있는 고운 섬 하나 있거든요. 바라볼 뿐이기에 더 그리운 그대는 내 마음의 섬이 되었습니다. 2023. 10. 2.
무상 임대 - 윤명상 무상 임대 / 석우 윤명상 그거 알아? 네가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 거? 가장 번화하고 몫 좋은 곳을 무상 임대하고 있다는 거. 2023. 9. 28.
문학관에서 - 윤명상 문학관에서 / 석우 윤명상 시는 외로웠다. 아니, 시인은 홀로 기다렸다. 찾는 이 없는 공간,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진 시와 문학의 뜨락에는 불빛만이 시를 읽고 있었다. 시내를 다녀온 누군가 말했다. 차가 엄청 밀리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죽을 뻔했노라고. 먹고 입을 것 사려고 몰리는 시장이지만 마음을 살찌우는 곳에는 덩그러니 적막이 외로웠다. *대전문예창작(2023.제4호)에 수록 2023. 9. 25.
쌀쌀함이 주는 온기 - 윤명상 쌀쌀함이 주는 온기 / 석우 윤명상 따갑던 가을 햇살이 빗물에 씻겨간 뒤로 이불은 다시 온기를 찾았다. 여름내 피차 차갑게 외면해야 했던 사랑해서 헤어진 관계, 가을비 지나고 난 뒤 포근한 그 품에서 나는 밤새 헤어날 수 없었다. 2023. 9. 22.
흙탕물 - 윤명상 흙탕물 / 석우 윤명상 그의 입은 옹달샘이었다.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오듯 말이 흘러나왔다. 말랐겠지 싶다가도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물은 감탄을 부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휘젓다가 흙탕물이 되곤 했다. 쉼표가 없는 물줄기에 사람들 사이에 그는 가벼워졌고 참을 수 없는 그 가벼움은 사람들을 웃는 기계로 만들었다. 2023. 9.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