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石右의 시방1593 가을의 그리움 - 윤명상 가을의 그리움 석우 윤명상 올가을, 벌써 세 번째 가을장마랍니다. 얼마나 그리움이 크면 여름 내내 한 번이던 눈물을 열흘에 한 번씩 흘리는 걸까요. 내 마음 같은 가을을 보며 내 눈물 같은 빗방울을 보며 그리움에 젖어 듭니다. 2023. 9. 15. 복숭아가 익었다 - 윤명상 복숭아가 익었다 황도 복숭아 한 상자를 사서 차에 실었다. 아무 생각 없던 차 안의 공기가 달콤한 생각으로 가득해졌다. 농익은 복숭아 향을 오감으로 느끼며 지루했던 운전은 갑자기 달콤한 드라이브가 되었다. 내 안의 너도 잘 익은 복숭아였음을 알았다. 지루할 수 있었던 인생길을 달콤한 드라이브로 만들어 준, 2023. 9. 12. 기대와 갈등 - 윤명상 기대와 갈등 / 석우 윤명상 홀로 되신 장모님, 세월에 눌린 허리로 농사를 지으시다 이태 전부터 자식들에게 텃밭을 붙였다. 아내는 신이 났다. 넓은 용지를 형제들이 나누어 원하는 작물들을 각자 키울 수 있으니 아내는 시작도 하기 전, 수확의 기쁨을 날마다 가불했다. 동영상으로 시작한 농사, 고구마와 옥수수를 심더니 아내가 말했다. 힘들어서 못 하겠어. 내년에는 사다 먹을 거야. 나도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가을이 되고 고구마를 캐며 아내는 말했다. 내년에는 뭐 심을까? 봄이 되자 고추와 참깨를 심었다. 고추를 심던 날, 아내는 말했다. 고추 100근은 딸 거야. 봄 가뭄이 이어지고 풀이 숲을 이루자 아내는 말했다. 다음부터 농사 안 해. 하지만, 붉은 고추를 따던 날, 아내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내.. 2023. 9. 9. 가을 준비 - 윤명상 가을 준비 / 석우 윤명상 가을은 약속이 있다며 곱게 단장한 누이를 닮았다. 평소에는 털털하다가도 외출한다며 화장하고 차려입은 모습은 상큼한 가을의 느낌이었다. 수더분하던 누이가 까칠한 듯 바뀌는 것처럼 가을은 한창 도도한 외출을 준비한다. 2023. 9. 8. 가을 향기 -윤명상 가을 향기 / 석우 윤명상 가을은 이름만으로 향기로운 계절, 그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충분히 낭만이다. 가을이라는 이름을 달고 피는 꽃조차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 가을의 햇살, 가을의 강물, 가을의 낙엽, 그리고 가을의 그대, 미인은 잠꾸러기라 했지. 가을이 여름보다 아름다운 것은 잠이 많은 이유다. 여름보다 앞서 가을은 오늘도 이른 저녁, 커튼을 치더니 별빛 속에 잠이 들었다. 2023. 9. 2. 가을처럼 - 윤명상 가을처럼 / 석우 윤명상 가을 하늘처럼 투명하고 맑은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가을바람처럼 삶이 시원한 생각을 품게 하시고 가을 햇살처럼 설익은 마음이 달콤하게 익어가게 하소서. 가을 분위기처럼 정감이 넘치는 가슴이 되게 하시며 가을 열매처럼 달콤한 맛과 향기로 세상에 기쁨을 주게 하소서. 2023. 9. 1. 호접란 - 윤명상 호접란 / 석우 윤명상 너의 고향은 본래 동남아의 자연이었다. 나비 닮은 작은 꽃이 좋다며 공기를 정화해 주는 재주가 있다며 사람들은 너를 데려다가 곱게 단장시켜 실내로 침실로 이주시켰지. 임진왜란 때, 도기에 반한 왜구들은 조선의 도공들을 열도로 끌어갔고 그곳에서 작은 꽃을 피웠지. 그 아픔을 너는 공감할 거야. 자연에서 활짝 피어날 일인데 거실에서 왜소한 대공에 초라한 꽃 몇 개 매달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너를 보면 몸부림쳤을 도공들이 아른거리거든. 2023. 8. 28. 빈 가슴에 스미는 빗물 - 윤명상 빈 가슴에 스미는 빗물 / 석우 윤명상 땀 흘리며 지쳐있던 가슴에 단물 같은 소나기가 내립니다. 거칠어진 마른 사막에 서정의 빗줄기가 내리고 시인의 노래가 흘러갑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 숭늉 같은 빗줄기 한 사발에 비었던 가슴이 채워집니다. 2023. 8. 25. 불씨 - 윤명상 불씨 / 석우 윤명상 내 가슴에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 하나. 바람이 불면 불씨는 살아나 가슴을 뜨겁게 달굽니다. 평소에는 추억의 이름으로 있다가 그리움의 바람이 불면 불씨는 다시 살아나고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됩니다. 잿더미가 된 세월 속에 꺼진 듯 했던 추억은 작은 그리움의 바람에도 금세 불꽃이 됩니다. 2023. 8. 21. 별 하나 - 윤명상 별 하나 / 석우 윤명상 내 가슴에 별 하나 있다. 힘들고 외로울 때나 마음이 아플 때 바라볼 수 있는 별, 세월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너라는 별. 2023. 8. 17. 고소한 참깨 되기 - 윤명상 고소한 참깨 되기 / 석우 윤명상 폭염 속에서 참깨를 벤다. 아직은 고소하지 않다. 말린 다음 몇 차례 깨를 털어낸다. 아직은 고소하지 않다. 털어낸 깨를 햇볕에 바싹 말린다. 아직은 고소하지 않다. 말린 깨를 볶고 짜내야 비로소 깨소금과 참기름이 된다. 2023. 8. 16. 동그래산의 추억 - 윤명상 동그래산의 추억 / 석우 윤명상 일유리 마을 위쪽에 어머니 젖가슴처럼 봉긋이 솟아 있던 동그래산. 단숨에 오르고 나면 마음을 낮춘 뒷동산은 발밑에서 헐떡였다. 충빈네, 선태네, 영순네 영덕이네 양지뜸과 음지뜸, 놋재미, 개무골, 고사티, 진밭티와 분두골, 떡 벌어진 어깨를 자랑하던 월명산 기슭의 영준네까지. 어느 골목을 누가 소를 몰고 지나가는지 어느 뒷마당에서 누가 딱지치기를 하는지 골목골목 보여주던 전망대. 반세기가 지나도록 나는 지금도 동그래산에 올라 마을과 친구들을 만난다. *동그래산 = 충남 부여 옥산 대덕리 2구. 일유리의 뒷동산 이름이다. 2023. 8. 12. 여름 기억하기 - 윤명상 여름 기억하기 / 석우 윤명상 그해 여름은 더웠노라고 엄청 더웠노라고 역대 가장 더웠노라고, 학창 시절 일기장에는 만났던 여름마다 더웠던 고통들이 꿈틀거렸다. 지나고 나면 책갈피에 묻혔던 일기장이 오늘은 입을 열었다. 여름은 언제나 더웠고 내 가슴은 항상 뜨거웠으며 일기장은 매일 냉정했다고. 2023. 8. 8. 입추가 달아놓은 문패 - 윤명상 입추가 달아놓은 문패 / 석우 윤명상 가을이 올 거라며 앞질러 온 입추는 가을 문패를 달아놓는다. 아직도 폭염은 거들먹거리며 버티는데 용케 파고들어 자리를 깔았다. 나도 너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문패 하나 달아놓고 싶다. 2023. 8. 8. 실을 뽑다 - 윤명상 실을 뽑다 / 석우 윤명상 뽕잎을 갉아 먹고 명주실을 만드는 누에처럼 시인은 시상을 먹고 명주실 같은 시를 뽑아낸다. 집에서 양잠하던 어릴 때 색이 곱고 튼실한 누에고치를 골라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하다. 지금 나는 내가 만들어 놓은 고치를 보며 색이 곱고 튼실한 것을 고르는 중이다. 명주실 같은 시를, 2023. 8. 4. 더위처럼 그대 온다면 - 윤명상 더위처럼 그대 온다면 / 석우 윤명상 지체 없이 8월 무더위가 옵니다. 7월부터 가속이 붙은 더위는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는데 그대와의 세월은 차갑게 멀어져갑니다. 이 더위가 그대라면 나는 폭염이라도 환영할 것입니다. 그대의 뜨거운 열기에 빗물처럼 땀을 흘려야 한데도 나는 기꺼이 반길 것입니다. 이 여름의 더위처럼 그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다하는 더위는 부득불 파고드는데 오라 하는 그대는 도무지 소식조차 없는 까닭입니다. 2023. 8. 1. 울란바토르 - 윤명상 울란바토르 / 석우 윤명상 도시는 도시였다. 낡음과 새로움이 뒤엉켜 시끄럽고 번잡한 도시, 조화가 아닌 서로를 더 낡게 하는 관계가 되어. 자동차는 도로를 지배했고 지배자의 허락이 있어야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건달들의 세상. 사람보다 자동차의 출생률이 더 높은 까닭에 언제 어디서나 차들은 항상 우선이었다. 그런데도 그림 같은 초원을 떠나 발디딜 틈도 없는 정글로 사람들은 몰리고 또 몰려들었다. 2023. 7. 27. 초원의 사랑 - 윤명상 초원의 사랑 / 석우 윤명상 화려하고 시끌시끌한 사랑도 있지만 여기 이름도 없이 티 내지 않고 꽃 피운 사랑이 있다. 눈여겨보아야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야 느껴지는 아름답지만 수줍은 사랑이다. 크기를 잴 필요가 없고 누가 더 예쁜지 판단할 필요가 없는 한데 어우러져 낙원을 이룬 사랑이다. 2023. 7. 25. 여름 같은 남자 - 윤명상 여름 같은 남자 / 석우 윤명상 가슴은 뜨겁고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여름 같은 남자를 나는 알고 있다. 성격이 무대포 같아서 한 번 마음먹으면 양보하는 법이 없는 남자. 다혈질이라 덥고 뜨겁지만 단순하여 계산이 없는 본심이 착한 남자. 여름이 되면 그가 생각나고 그를 생각하면 여름이 느껴지는 그런 남자가 있다. 2023. 7. 24. 에어컨 같은 사람 - 윤명상 에어컨 같은 사람 / 석우 윤명상 그늘에 들어가도 선풍기를 강풍으로 돌려도 맥을 못 추게 하는 더위. 그래서 나는 너의 마음을 시원하게 할 에어컨이 되기로 했다. 사랑과 배려의 냉매와 친절한 말의 송풍으로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야지. 어쩔 수 없는 열기는 인내와 이해의 실외기로 배출하면 되거든. 2023. 7. 22. 무성영화 - 윤명상 무성영화 / 석우 윤명상 침대에 눕고 불을 끄면 어둠 속에서 한 편의 무성영화가 상영됩니다. 시나리오도 역사적 배경이나 주인공도 바뀌지 않습니다. 수십 년 반복되는 영화라 질릴 법도 한데 볼수록 행복해지는 영화입니다. 2023. 7. 18. 이전 1 ··· 4 5 6 7 8 9 10 ··· 7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