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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교훈. 신앙시592

빈 들녘의 고백 - 윤명상 빈 들녘의 고백 / 석우 윤명상 알곡이 떠난 대지의 품에서는 황량한 바람만이 티끌을 날립니다. 당당한 척 고개 세우며 버티던 쭉정이를 기다리는 것은 이제, 차가운 한겨울 눈보라뿐, 되돌릴 수 있다면 지난봄으로 되돌아가 꽃부터 곱게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알찬 열매를 위해 양분을 섭취하며 어떤 비바람도 견딜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돌이길 수 없는 것. 열매를 맺지 못한 계절이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다른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가며 고개 숙일 때 무겁고 힘겹게 느껴지던 그 모습이 진정, 축복이었음을 알았습니다. 2022. 11. 21.
김장하기 - 윤명상 김장하기 / 석우 윤명상 텃밭에서 키운 속이 꽉 찬 포기 배추를 거둬 골수와 관절을 쪼개고 소금물에 절였다. 하룻밤, 불순물과 혈기를 빼고 자신을 정화한 배추는 실크처럼 부드럽게 변해있었다. 맑은 물로 씻어내어 온유한 성품으로 거듭난 배추에게 걸맞은 옷을 입히기 위해 무채와 파, 마늘, 갓, 생강, 새우젓, 찹쌀풀 등 온갖 좋은 친구들을 한 데 어울리게 했다. 그렇게 맛과 색으로 버무려져 양념으로 단장을 하고는 계절을 뛰어넘는 김장김치가 되었다. 2022. 11. 17.
말세의 징조 - 윤명상 말세의 징조 / 석우 윤명상 사업이 되고 정치가 되어버린 종교, 진리의 모양을 팔아 영혼을 사는 사기꾼이 대우받고 존경받는 세상. 공의는 양심에 찢기고 양심은 선동으로 오염되어 감정에 농락당하며 오로지 내 편만 앞세우는 칼날에 올라선 극단의 세상. 양의 탈을 썼다만 가슴에는 가시덤불이 자라고 입에는 가시가 돋아 까닭 없이 헐뜯고 비난하며 저주를 퍼붓는 세상. 의와 사랑을 조롱하고 겸손과 섬김을 바보 취급하며 특권을 방탄 삼는 무례한 자들과 그 무례함에 놀아나는 영혼 없는 세상이여. 2022. 11. 15.
따뜻한 사람 - 윤명상 따뜻한 사람 / 석우 윤명상 마음이 따뜻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긍휼히 여기고 손이 따뜻한 사람은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며 눈이 따뜻한 사람은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은 넘어지는 사람을 감싸주고 말이 따뜻한 사람은 낙심한 사람을 위로하며 삶이 따뜻한 사람은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는 것은 예수의 마음을 품는 것입니다. 2022. 11. 10.
당신의 아가페 - 윤명상 당신의 아가페 / 석우 윤명상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보다 한 줌 거름이 되는 것, 사람들에게 무엇을 얻기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는 것, 황금 면류관보다 가시면류관을 쓰는 것, 왕의 권세와 영광을 포기하고 한낱 종이 되는 것, 랍비의 권위와 위엄을 내려놓고 섬기는 자가 되는 것, 편하고 안전한 길보다 남의 짐을 대신 지고 좁은 길로 가는 것, 심판자의 위치를 포기하고 세상의 죗값 대신 죽어야 하는 것, 세상의 으뜸보다는 에클레시아의 지체가 되는 것, 당신은 이 모든 것을 인류를 위해 주저 없이 행하셨습니다. 2022. 11. 4.
가을이 말하는 것- 윤명상 가을이 말하는 것 / 석우 윤명상 왕성했던 혈기를 버리고 뻣뻣하던 고개를 숙이고 나무와 이파리는 겸손해졌다. 날씨와 계절에 순응하며 곡식과 열매는 고개를 숙이고 키재기하던 풀들은 까치발을 내리고 저마다 꽃을 흔들며 반긴다. 요란했던 시냇물조차 힘을 빼고 조용히 흘러가며 종잡을 수 없던 바람은 냉정을 되찾고 구름을 따라간다. 가을은 쭉정이를 버리고 우리에게 겸손의 무게를 보여주며 낮아짐의 미덕을 말한다. 2022. 10. 27.
관계자 외 출입금지 - 윤명상 관계자 외 출입금지 / 석우 윤명상 마음의 문에 표지판 하나 붙여야겠다. 관계자 외에는 들어올 수 없도록, 오다가다 불쑥 들어와서는 이것저것 참견하려는 손님들 탓에 문지방이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공사장 입구에도 공공건물 내에서도 흔하게 붙어 있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눈과 입, 손과 발은 인사치레로 봐줄 수 있다지만 마음만큼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도록 표지판 하나 붙여야겠다. 2022. 10. 23.
인생의 꽃 - 윤명상 인생의 꽃 / 석우 윤명상 인생에서 때로는 외로움도 꽃이 되고 고독도 약이 됩니다. 잠깐 피었다 지는 꽃처럼 외로움도 잠깐 피었다 지고 나면 삶은 그만큼 성숙해지는 까닭입니다. 또한 고독은 불행의 상징이 아닌 인간 내면을 다질 수 있는 지혜의 터널입니다. 무리의 환호를 뒤로 하고 고독을 찾아 겟세마네로 향했던 예수님처럼 외로움은 삶의 가치를 더 깊이 다지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2022. 10. 20.
싸움 - 윤명상 싸움 / 석우 윤명상 교회는 자신을 무시하고 비난하는 세상과 싸우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핍박을 당하더라도 주먹이 아닌 기도와 사랑이 교회의 싸움입니다. 믿음의 싸움은 혈과 육에 있지 않고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것입니다. 낮아지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을 치는 것입니다. 내 안의 교만과 탐욕과 싸우며 절제하지 못하는 내 안의 불의와 싸우는 것입니다. 내 안의 적은 두둔하며 외부의 상황을 연단이 아닌 적으로 오인하는 불신과의 싸움입니다. 교회의 승리는 숫자와 규모에 있지 않고 자신을 온전히 이기는 데 있습니다. 2022. 10. 13.
이성(理性) 너머에 - 윤명상 이성(理性) 너머에 / 석우 윤명상 땅속의 마그마처럼 인간은 이성(理性)으로 봉쇄당한 불덩이를 누구나 품고 산다. 봉쇄가 느슨하거나 풀어지면 화산은 폭발하는 것. 폭발 뒤에는 크거나 작거나 후유증이 남는다. 말세에는 사랑이 식어지리라 했느니, 이성(理性)의 균열로 화산은 예고되었고 활화산과 휴화산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세태다. 인간답다는 건 건강한 이성을 지칭하는 것이니 건강한 이성은 건강한 속사람을 통하고 건강한 속사람은 이성을 견고케 하는 것. 이성(理性) 너머에는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불덩이가 틈바구니를 노리기에 인생은 항상 조심스레 다뤄야 한다. 2022. 10. 9.
친구이기를 - 윤명상 친구이기를 / 석우 윤명상 언젠가 친구 칭찬을 아들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이런 친구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친구가 교회 신자였을 때는 수시로 연락하며 삶을 나누고 거리낌 없이 만나서 식사도 했습니다. 그가 집사가 되고 장로가 되면서 얼굴 보기가 힘들어 전화를 했습니다. 친구는 매일 교회에서 모임과 교육과 예배와 기도회와 행사가 있어 약속 잡기가 힘들다며 끊습니다. 나는 잠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 친구에게 삶의 여유를 주세요. 하나님이 제 마음에 말씀하십니다. 나도 그 친구, 만난 지 오래되었고, 예배당 일로 저리 바쁘니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단다. 예수를 믿는 건지. 예배당을 믿는 건지. 세상으로 파종되지 못하는 씨앗은 쭉정이일 뿐. 2022. 10. 6.
그물 - 윤명상 그물 / 석우 윤명상 하나님은 교회라는 그물로 세상을 낚으려 하신다. 성도, 집사, 권사, 장로 그리고 목사라는 미끼를 달았지만 영악한 물고기들은 그물과 미끼를 비웃으며 잘도 피해 다닌다. 어쩌다 잡히지만 그물이 놀이터로 변질된 까닭에 있으나 마나 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2022. 10. 4.
나는 단지 - 윤명상 나는 단지 / 석우 윤명상 나는 단지, 바닷가에 널린 한 알의 모래 알갱이일 뿐이며 저 넘실대는 바다에서 한 방울의 눈물일 뿐입니다. 나는 단지, 세상에 널린 잡초 가운데 이름 없는 한 포기 풀일 뿐이며 우주에 아스라이 떠 있는 은하수 속의 별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나를 택하여 당신의 자녀로 삼아 천사들 위에 세워주셨을 뿐 아니라 그런 나에게 세상이 아닌 천국을 기업으로 주신 분은 살아계신 영원한 하나님이십니다. 2022. 10. 2.
나는 바람을 사랑했다 - 윤명상 나는 바람을 사랑했다 / 석우 윤명상 바람은 언제나 불어왔다. 귓가를 스치며 속삭이고 마음을 스치며 설레게 했다. 햇볕이 뜨겁고 더울수록 바람은 더욱 매력적으로 내 마음을 감싸고돌았다. 종의 발을 씻겨야 하는 땀 대신 사랑으로 섬겨야 하는 땀 대신 십자가를 져야 하는 땀 대신, 대접을 받고 싶은 바람과 으뜸이 되고 싶은 바람과 보란 듯 과시하고 싶은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바람이 강할수록 속이 시원할 것만 같았기에 계속, 또 계속 바람이 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은 골고다 십자가 앞에서 멈춰야 했고 나는 그 골고다 위에 서야만 했다. 2022. 10. 1.
골리앗 달래기 - 윤명상 골리앗 달래기 / 석우 윤명상 평소에는 순둥이다. 때리면 맞고 쥐어뜯으면 가만히 뜯기고 만다. 얌전하고 순하다 하여 함부로 유린하며 짓밟아왔던 우리의 무지와 오만함. 그런 순둥이도 결국 버럭 화를 내며 짓눌려 응집된 감정을 푼다. 순둥이가 골리앗으로 돌변하여 물불 가리지 않고 당했던 아픔들을 푸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무서운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평소 순하던 자연이 어느 날 갑자기 이성을 잃고 날뛰는 것임을. 2022. 9. 28.
마음 읽기 - 윤명상 마음 읽기 / 석우 윤명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이 전달됐으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마음이 누군가에게 읽힐까 두려워합니다. 또한 아무리 절친이라도 부부나 품 안의 자식이라도 그 마음을 다 읽을 수는 없습니다. 행동을 보고 표정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짐작할 뿐, 마음이 오픈되어 누구나 마음을 읽고 들여다본다면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쓰레기장을 보는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마음을 비밀의 공간으로 두셨겠지요. 그러나 마음이 읽혀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심령이 가난한 자요 마음이 청결한 사람입니다. 2022. 9. 27.
안다는 것 - 윤명상 안다는 것 / 석우 윤명상 인간은 인간이 알 수 있는 지식의 7% 밖에 알고 있지 못하단다. 바다에 대해서는 3%, 땅속에 대해서는 5%, 우주에 대해서는 0.000…1%, 그나마, 먹고 사는 지식에서 조금 나은 수치지만 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가. 인간은 마주하는 것들에서 약간 아는 정도이고 영혼과 영원과 천국에 대한 지식은 0이다. 따라서 지식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기에 믿음으로 깨닫는 것. 인간이 모르는 93%의 세계는 미지의 신비다. 그 미지의 공간에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보는 것의 이면과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이면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신비도 없다 할 수 없는 것. 그러니 인간은 알고 있는 것만 주장할 일도 아니며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배격할 일도 아닌 것이 인간의 지식이 초등학문에 불과.. 2022. 9. 25.
인류와 역사의 의미 - 윤명상 인류와 역사의 의미 / 석우 윤명상 인류의 역사란 개인의 삶과 집단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숙제를 하나둘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풀리는 문제는 철학이 되고 문화가 되고 과학이 되어 발전해갑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문제 풀이는 점차 난도가 높아지고 개인이나 연구소를 통해 개발과 발명으로 숙제를 풀어갑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작에 불과한 문제 풀이, 무엇이 어떻게 문제인지도 모를 수많은 숙제를 안고 인류는 머리를 싸매며 발버둥을 칩니다. 인간의 지식과 지혜, 첨단기술로도 풀 수 없는 문제들, 과제의 영역은 어디까지일지 삶의 문제뿐만 아니라 구원과 죽음의 문제까지 산 넘어 산입니다. 2022. 9. 21.
아픔 - 윤명상 아픔 / 석우 윤명상 다쳐서 아픈 것은 약을 먹으면 견딜 수 있고 며칠 지나면 낫기도 합니다. 사랑이나 우정을 잃는 마음의 상처도 흉터는 남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으로 아물어버립니다. 그러나 진실이 짓밟혀 생긴 가슴속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두고두고 진물을 흘립니다. 2022. 9. 19.
앞질러 가는 사람 - 윤명상 앞질러 가는 사람 / 석우 윤명상 같은 말인데 넘겨짚어 앞질러 판단하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질러 언성을 높이고 나면 결국 뒤따르는 것은 후회와 사과할 일뿐이다. 이성보다 감정이 앞질러 가면 챙겨주려는 고마운 의도조차 무참히 난도질하고 자기방어를 위한 변명만 속사포처럼 쏟아내고 만다. 앞질러 가는 감정과 말은 인생을 병들게 하는 것. 그런데도 경쟁하듯 더욱 앞지르기에 빠져가는 세상. 앞질러 간 말은 흉기가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낸다. 2022. 9. 15.
마음이라는 우주 - 윤명상 마음이라는 우주 / 석우 윤명상 사람은 누구나 우주 하나씩을 가슴에 안고 태어난다. 그 우주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것은 자신이다. 우주에는 감정이라는 은하수 이성이라는 은하수 인격이라는 은하수 신앙이라는 은하수 지식이라는 은하수 꿈과 희망이라는 은하수 관계성이라는 은하수 등 수많은 은하수가 빼꼼히 들어차 있고 은하수에는 또다시, 사랑과 미움, 고난과 인내, 불만과 감사 같은 온갖 별들로 가득하다. 본래, 경계가 없던 우주지만 사람이 자라며 나와 너의 담을 쌓고 내 것에 울타리를 치면서 크고 작은 우주와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것. 누군가의 우주는 낙원이 되어 평화를 누리고 누군가의 우주는 폐허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고통을 안긴다. 내 안의 우주에 담과 철조망이 많다는 것은 자신조차 쉽게 넘나들 수 없는 .. 2022.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