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훈. 신앙시592 대청호를 바라보며 - 윤명상 대청호를 바라보며 / 석우 윤명상 호수의 깊이가 겸손의 척도이고 호수를 채운 물이 은혜의 분량이라면 대청호는 겸손의 깊이만큼 넘실대는 은혜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내가 대청호라면 저만큼 깊어질 수 있으며 턱밑까지 은혜로 채울 수 있을까. 아니, 그래야만 한다. 내 가슴을 파고 또 파서라도 호수보다 더 깊은 겸손의 고랑을 만들어야만 한다. 2023. 1. 24. 다시, 출발 선상에서 - 윤명상 다시, 출발 선상에서 / 석우 윤명상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에게 모든 수고를 덜고 가라며 하나님은 새해라는 세월의 마디를 주셨다. 마디에서 이전 것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마디에서 새롭게 출발하여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다시 나아가야만 한다. 2023. 1. 22. 초목의 기도 - 윤명상 초목의 기도 / 석우 윤명상 지금은 한겨울, 모든 자연이 숨죽이며 기도하는 중이다. 꾸밈없는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처음의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이며, 지난 성공과 영광은 잊고 더 혹독하게 스스로를 나무라며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결단이다. 혹한에 벌거벗은 것은 자신을 연단하며 더 바르고 단단하게 하늘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소망이고, 겨우내 자신을 성찰하며 묵묵히 기도하는 것은 조물주를 향하여 힘차게 발돋움하겠다는 의지이다. 2023. 1. 19. 보시기에 좋았더라 - 윤명상 보시기에 좋았더라 / 석우 윤명상 태초에 하나님은 아무것도 없던 흑암의 공간을 여시고 그곳에 시를 쓰셨습니다. 첫 줄에는 빛에 대하여 둘째 줄에는 궁창에 대하여 이어서 뭍과 바다를 쓰신 다음 뭍에는 각종 식물로 그 뜻을 표현하시며 한 줄 두 줄, 1연 2연 정성스레 시를 써내려 갑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 아담과 하와로 마침표를 찍으시며 한 편의 시는 완성되었고 이는 보시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2023. 1. 16. 까치와 까마귀의 싸움 - 윤명상 까치와 까마귀의 싸움 / 석우 윤명상 요즘 들어 부쩍 싸움이 격렬하다. 텃새를 향한 철새의 공격인지 공존이 싫은 텃새의 공격인지 목소리가 큰 까마귀의 외침이 압도적이다. 어느 한쪽이 우세했다면 싸움은 벌써 끝났겠지만 겨우내 저러는 것을 보면 목소리 크다고 이기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머리 위에서는 전쟁이 한창인데 누구 하나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고 어느 쪽이 이기고 지던 관심도 없는 일상이다. 다만 저 외마디 소리가 귀에 거슬릴 뿐, 참새들만 전깃줄을 오가며 어느 쪽도 편 들 수 없는 냉담한 시선으로 타박한다. 아래쪽이나 위쪽이나 싸움밖에 모른다고, 2023. 1. 15. 겨울도 자신을 녹인다 - 윤명상 겨울도 자신을 녹인다 / 석우 윤명상 위용을 뽐내던 겨울이었다. 땅도 마음도 얼어들었다. 그랬던 겨울의 냉하던 가슴이 잠시 포근해졌다. 겨울이 되고 처음으로 녹아버린 겨울의 콧잔등. 자신을 녹이는 겨울만의 사랑이었다. 겨울도 안다. 무작정 밀어붙일 일이 아니란 걸. 한숨 돌리는 사이 매화꽃 소식도 여기저기 들렸다. 자신을 녹인다는 것. 그것은 이타적인 공존의 자세다. 내 안의 얼음을 녹여야만 비로소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2023. 1. 13. 쟁기를 잡고 - 윤명상 쟁기를 잡고 / 석우 윤명상 새로운 페이지가 열렸다. 공간을 채워가야 하는 여정, 이는 흡사 건기의 메마른 밭이다. 개간을 하고 씨앗을 뿌리고, 심혈을 기울여 사랑을 쏟아야 하는 고통과 수고가 동반되는 일이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것은 배부르고 안락하던 때를 자랑함이며 과거에 안주하는 것이니 이는 새 역사에 합당치 않은 것. 새롭게 주어진 광야 에 머리 둘 곳이 없을지라도 뒤를 돌아보는 것은 영원한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2023. 1. 9. 빈집 - 윤명상 빈집 / 석우 윤명상 도시 한복판에 널브러진 빈집 하나, 소유자만 있고 사람은 떠나고 없는 집. 주인이 머물지 않는 마음은 빈집이다. 문패조차 사라졌다면 버려진 집이다. 빈집이면서 행세하는 것은 집이라는 명분 탓이지만 오가며 빈집에서 웃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웃음을 잃고 기쁨을 잃은 마음이라면 주인이 떠나고 없는 빈집임에 틀림이 없다. 2023. 1. 4. 어둠의 길 - 윤명상 어둠의 길 / 석우 윤명상 등산로를 가로질러 생긴 따끈한 터널 지붕은 조금 전 개통한 것이 분명했다. 단단한 등산로 바닥을 은밀하게 뚫어버리는 수고는 저 검은 배를 채우기 위함이겠지. 우리의 삶을 가로지르고 사회의 관계를 가로질러 구덩이를 파는 두더지는 땅 위에도 있다. 워낙 은밀하여 볼 수 없고 쉽게 드러나지도 않으니 지나간 구덩이의 흔적만 있을 뿐, 두더지는 그 집요한 은밀함으로 지금도 어둠 속에서 버젓이 살고 있다. 2023. 1. 2. 새해, 정치에 고함 - 윤명상 새해, 정치에 고함 / 석우 윤명상 모두가 꿈을 꾸며 내일을 바라보는데 내일이 두려워 머뭇거리지 마라. 지금까지는 멱살을 잡고 흔드는 여정이었다면 이제는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잘라놓은 가래떡처럼 우리 앞에 잘라놓은 새해가 있다는 것. 새해가 되면 지나간 것은 버리거나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앙금은 걷어내고 나아가라. 뒤꿈치 부여잡고 말뚝 박지 마라. 국민들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정치만 외딴섬에 갇혀 있을 수 없다. 몸이 무거워 발걸음 떼기가 어렵거든 주머니 탈탈 털고 가볍게 가라, 한사코 희망을 꿈꾸는 국민들에게 그 희망을 보여 주어야만 한다. 2022. 12. 31. 좁은 길을 향하여 - 윤명상 좁은 길을 향하여 / 석우 윤명상 다시 새로운 출발이다. 요령이 아닌 진실함으로 새해를 바라보며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을 마음으로 나아갈 일이다. 가는 길이 협착하면 어떠랴, 그 길을 찾는 사람이 적어 외로우면 어떠랴, 생명의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다 하지 않았던가. 큰길을 찾아 성공과 출세를 향해 발버둥 칠 일이 아니다. 주님은 거센 환호를 뿌리치면서까지 일부러 좁은 길로 향하셨다. 탐욕을 내려놓고 가벼이 첫걸음을 떼자. 가벼이란 욕심에 매이지 않음이니 아골골짝 빈 들 어디라도 감사하며 걸어갈 일이다. 평지를 지나든 험한 광야를 만나든 기도하며 찬양하며 걸어가자. 주님이 손을 잡아주시고 뒤에서는 등을 밀어주실 것이기에, 2022. 12. 31. 십자가에 달린 달력 - 윤명상 십자가에 달린 달력 / 석우 윤명상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십자가처럼 벽에 매달려 있다. 이제 남은 시간도 두 개의 날짜뿐, 지난 일 년의 꿈과 계획들이 낱장으로 모두 뜯겨 나가고 마지막 운명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매번 그렇게 사라진 것처럼 나의 시간은 앞으로 몇 개의 달력이 더 십자가에서 사라져야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단지, 내 눈의 만족과 배부름의 수많은 기록일 것이다. 2022. 12. 29. 다른 성탄 - 윤명상 다른 성탄 / 석우 윤명상 예수님 태어나시던 날, 목동들은 축하를 천사들은 축가를 동방박사들은 선물을 드렸다. 세상은 몰랐다. 알지 못했다. 예수님 생신날, 세상은 분주히 준비한다. 선물을 주고받고 트리 장식을 만들고 노래와 춤으로 공연도 한다. 목동이 없는 천사도 없는 생일의 주인공도 모르는, 2022. 12. 25. 겨울을 난다는 것은 - 윤명상 겨울을 난다는 것은 / 석우 윤명상 북극의 냉기가 밀려오고 시베리아보다 더 춥다는 한파가 눈보라로 이어지는 겨울. 이것은 분명 고난의 광야이며 고통의 가시덤불입니다. 눈 덮인 대지와 얼어붙은 초목은 광야의 가시덤불을 지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광야가 혹독한 고난일지라도 하나님의 은총은 광야에서 시작됩니다. 광야 없는 생명이 없고 가시덤불 없는 열매가 없듯이 광야는 새로운 출발이기 때문입니다. 광야의 가시덤불에 걸려 있는 것은 아픔의 가시가 아니라 사실은 희망입니다. 2022. 12. 24. 기도 2 - 윤명상 기도 2 / 석우 윤명상 호흡은 행위가 아니다. 호흡은 살아있는 증거이며 살아있기에 존재하는 단어다. 기도는 호흡이다. 기도는 믿음에 동반되는 증거이며 살아 있기에 존재하는 단어이다. 2022. 12. 22. 보배 - 윤명상 보배 / 석우 윤명상 나는 값진 보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비교할 수도 없는 보배입니다. 손으로 만들거나 돈으로 살 수도 없고 무엇으로 바꿀 수도 없지만 오직 나를 미쁘시게 보시는 이의 선물입니다. 그 보배를 시기하여 잃게 하거나 흠집을 내어 쓸모없게 하려는 악한 세력이 호시탐탐 노리지만, 그분의 뜻을 따라 의와 사랑과 화평을 이룰 때 내 안의 보배는 반짝반짝 빛이 날 것입니다. 그 보배는 믿음입니다. 2022. 12. 20. 겨울 광야 - 윤명상 겨울 광야 / 석우 윤명상 겨울의 빈 들에서 흙의 생명들이 호흡을 가다듬는다. 늙은 수풀의 품에 의지하여 한기를 견디는 극한 연단의 시간이다. 광야는 인내의 장, 고난의 통로를 지나야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것. 겨울 광야는 눈보라와 칼바람의 연단을 견디며 인내하는 가냘픈 생명들의 훈련장이자 요람이다. 2022. 12. 15. 존재 - 윤명상 존재 / 석우 윤명상 누군가 묻습니다. 보았습니까? 만졌습니까? 느꼈습니까? 들었습니까? 맛보았습니까? 저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그래서 믿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피부로 느낄 수 없는 귀로 들을 수 없는 입으로 맛을 볼 수 없는, 초월적인 분이기에 믿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2022. 12. 13. 폭설이 되었으면 - 윤명상 폭설이 되었으면 / 석우 윤명상 폭설이 되어 세상을 온통 뒤덮을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얼어버린 겨울, 까칠한 냉기 감도는 대지를 폭설로 감싸주고 싶다. 더러운 흉허물과 온갖 상처까지도 덮어버릴 폭설이 되고 싶다. 높낮이 없이 색상의 구별 없이 모두가 하나인 새하얀 폭설이고 싶다. 검은 점 하나라도 튀어나온 돌부리라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백의 폭설이 되고 싶다. 2022. 12. 5. 경계를 넘다 - 윤명상 경계를 넘다 / 석우 윤명상 12월 1일, 보이지 않는 달력의 울타리를 넘어 겨울은 비로소 문패를 달았다. 이제는 계절도 영역 싸움을 하는 시대다. 달력이 그어놓은 경계를 계절은 서로를 침범하는 가운데 여름과 겨울의 힘자랑에 주눅이 들어버린 봄가을. 그 계절 싸움을 부추긴 것이 다름 아닌 인간이란 걸 지난여름이 그랬던 것처럼 이 겨울도 울타리를 넘어오기 전부터 공공연히 외쳐대고 있었다. 2022. 12. 1. 마음의 공간 - 윤명상 마음의 공간 / 석우 윤명상 분주할수록 마음에 공간을 남겨두자. 교회를 핑계로 하나님을 앞세워 목회 때문에 여유가 없다는 분주함을 자랑할 일이 아니다. 예배당을 사모하는 열정이 도리어 하나님을 삼키리라 했거니와 열심을 면류관인 양 자랑하는 바리새인을 나는 종종 보았다. 골방은 분주함의 여유이고 침묵은 기도로 바쁜 이의 응답이다. 바쁨이란 일의 과중이 아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기에 마음의 공간을 두고 틈틈이 주님을 바라볼 일이다. 2022. 11. 26. 이전 1 ··· 6 7 8 9 10 11 12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