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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동시696

하늘 여행(동시) - 윤명상 하늘 여행 / 석우 윤명상 오늘은 뭉게구름이 단체로 여행 가는 날, 태풍에 발이 묶여 외출도 못해 답답했는지 오늘은 한꺼번에 여행을 떠나요. 바다를 가로지르거나 산과 강을 넘고 혹은 도시를 지나며 각자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 하늘 고속도로에는 밀려든 구름으로 거북이 운행이 이어집니다. *동시집 '해를 훔친 도둑비'에 수록 2022. 9. 22.
사탕 하나(동시) - 윤명상 사탕 하나 / 석우 윤명상 시무룩한 네 살배기 다현이, 아빠 품에 얼굴을 묻고 요지부동 반응이 없다. 다현이 사탕 줄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현이가 응~ 하며 고개를 든다. 사탕 하나에 웃음꽃이 피고 대화꽃이 피고 사랑스러운 애교꽃이 피었다. 2022. 9. 21.
구름 지우개(동시) - 윤명상 구름 지우개 / 석우 윤명상 노트에 글씨를 잘못 쓰면 얼른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씁니다. 하늘도 요즘 집중되지 않는지 글씨가 자꾸 틀리나 봐요. 번번이 구름 지우개로 하늘을 지우고 있거든요. 그렇게 지우고 나면 하늘은 다시 깨끗한 파란 노트가 됩니다. *동시집 '해를 훔친 도둑비'에 수록 2022. 9. 21.
늦더위(동시) - 윤명상 늦더위 / 석우 윤명상 봄날의 꽃샘추위처럼 요즘에는 가을 꽃샘더위가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어요. 꽃샘추위가 더 예쁜 봄꽃을 만든다면 꽃샘더위는 더 예쁜 단풍을 만들 거예요. 예쁜 단풍을 위해 떠나지 못하는 늦더위에 햇볕과 바람은 뜨겁게 응원을 보내줍니다. 2022. 9. 17.
땀(동시) - 윤명상 땀 / 석우 윤명상 아빠 따라 뒷산에 오르는 길, 내가 힘든 만큼 땀도 삐질삐질 힘든가 봐요. 준비해 간 물도 주고 건네는 손수건도 그때뿐, 멈추지 못하는 땀이 안쓰러워 잠시 바위에 앉아 쉬지요. 산바람이 다가와 한참을 토닥여 준 뒤에야 진정이 된 땀을 안고 나는 다시 산을 오릅니다. 2022. 9. 13.
추석 보름달(동시) - 윤명상 추석 보름달 / 석우 윤명상 내일은 한가위, 달님의 배는 점점 부풀어 올라요. 너도나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는데 달님은 외면할 수 없어 가슴에 담고 또 담는 바람에 배가 불룩, 동그래지죠. 추석이 지나면 달님은 가슴에 담아놓은 소원을 하나둘 차례로 들어주면서 달님은 다시 홀쭉해질 거예요. 2022. 9. 9.
가을이 오는 길(동시) - 윤명상 가을이 오는 길 가을이 느껴져요, 가을의 일부는 여치와 귀뚜라미 노랫소리를 들으며 찾아오고요, 또 다른 일부는 바람에 이끌리거나 구름을 타고 오나 봐요. 더러는 나뭇잎에 붙어 잠을 자다 깨어나고 달콤한 홍시와 석류, 여물어가는 벼 이삭이 그리워 찾아오는 것 같아요. 우리 언니 옷맵시에 반하거나 갈댓잎 흔들어대는 재미에 빠져 찾아오기도 하지요, 가을은 한꺼번에 오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조금씩 온답니다. 2022. 9. 8.
세수(동시) - 윤명상 세수 / 석우 윤명상 아침에 일어나 대야에 물을 받아놓으면 맑은 물이 내 얼굴을 비추며 밝게 웃어주고 부드러운 손길로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뿌득뿌득 닦아줘요. 세숫물은 시원한 체온으로 잠이 덜 깬 내 얼굴을 마사지하며 상쾌한 아침을 느끼게 하지요. 2022. 9. 4.
청소(동시) - 윤명상 청소 / 석우 윤명상 틈만 나면 청소하는 우리 엄마, 구석구석 쓸고 닦거든요. 하나님도 우리 엄마처럼 청소가 즐거우신가 봐요. 온통 녹색인 세상을 조금씩 빗물로 씻어내며 묵은 때를 벗겨내거든요. 청소가 끝나면 녹색이 벗겨진 만큼 노란색 붉은색으로 물들여 가을로 꾸미는 게 정말 좋으신가 봐요. 2022. 8. 30.
가을바람의 걸음마(동시) - 윤명상 가을바람의 걸음마 / 석우 윤명상 아직은 8월, 가을바람이 여름의 눈치를 보며 아가의 걸음마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뗍니다. 아침저녁으로 한 발짝씩 다가와서는 코스모스 꽃잎에 뽀뽀를 하고 대추와 사과에 볼을 비비고 갈대와 억새꽃을 흔들어 줍니다. 조금 더 큰 뒤에는 저기 높은 은행나무에도 올라가 이파리마다 찾아다니며 힘내라고 부지런히 응원도 할 것입니다. 2022. 8. 27.
눈치(동시) - 윤명상 눈치 / 석우 윤명상 계절을 바꾸려는 여치와 귀뚜라미가 눈치 없는 여름에게 밤마다 신호를 보냅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며 여름을 위한 환송 공연도 준비합니다. 그런데도 여름은 모르는 체하는 건지 여전히 폭염과 열대야로 장난을 치거든요. 그럴수록 여치와 귀뚜라미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갑니다. 2022. 8. 23.
귀뚜라미의 언어(동시) - 윤명상 귀뚜라미의 언어 / 석우 윤명상 어린이 귀뚜라미들이 모여 발음 연습을 하는가 봐요. 누군가 먼저 큰 소리로 외쳐요. 귀뚜라미 1, 귀뚜뚜뚜루루 귀뚜라미 2, 꾸르르르꾸꾸 귀뚜라미 3, 크그그그띠리 귀뚜라미 4, 뿌또또또삐삐 귀뚜라미 5, 찌지지지꼬꼬 저마다 다른 듯한데 귀뚜라미 친구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가 봐요. 듣다 보니 나도 어느새 따라서 발음 연습을 하고 있어요. 2022. 8. 19.
풀벌레 소리(동시) - 윤명상 풀벌레 소리 / 석우 윤명상 잠시 비 그친 사이 저기 어둠 속, 창문도 지붕도 없는 집에서는 봇물 터진 노랫소리와 책 읽는 소리, 그리고 시 낭송 소리가 들려옵니다. 늦여름 밤, 어둠의 울타리를 넘어 각자의 목소리로 화음을 만드는 불빛 없이도 활기 넘치는 풀숲 마을. 누구 하나 조용히 하라는 꾸중이나 참견은 없지만 모두가 자려고 누운 시간, 저기 불 꺼진 마을에서는 지금 가장 신나는 파티가 한창입니다. 2022. 8. 16.
빗물의 흔적(동시) - 윤명상 빗물의 흔적 / 석우 윤명상 며칠을 두고 쏟아졌던 말썽꾸러기 빗물은 지금 다 어디로 갔을까? 평소에 가지 않던 도로와 공원, 지하 주차장까지 휩쓸고 다닌 잘못을 아는지 혼날까 봐 금세 얼굴을 감추고 사라졌다. 바다로 줄행랑을 쳤거나 땅속으로 숨었겠지만 담에 또 그러면 그때는 정말 맴매할 거야! 2022. 8. 12.
빨래(동시) - 윤명상 빨래 / 석우 윤명상 엄마가 세탁기에 세제를 넣고 빨래를 해요. 때가 빠진 나를 툴툴 털더니 베란다 건조대에 널어요. 건조대에 매달린 나는 창문을 넘어온 햇볕에 몸을 말리며 다짐을 하지요. 내일은 때 묻지 않은 깨끗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해야지. 2022. 8. 9.
한여름의 온돌(동시) - 윤명상 한여름의 온돌 / 석우 윤명상 손짓하는 달님을 보려고 옥상에 올라갔어요. 뽀얀 반쪽 달님을 향해 돗자리를 펴고 누웠는데 앗, 뜨거워! 낮에 해님이 데워놓은 옥상 바닥이 한겨울 아랫목처럼 뜨끈뜨끈했거든요. 뜨거워서 벌떡 일어서는 나를 보고 달님은 재밌다며 깔깔 웃어요. *동시집 '해를 훔친 도둑비'에 수록 2022. 8. 8.
소나기가 잦은 이유(동시) - 윤명상 소나기가 잦은 이유 / 석우 윤명상 새벽에 왔다 가더니 아침에도 잠깐, 오전에도 오후에도 잠깐, 요즘 소나기가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어요. 왜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나기만 사는 구름 동네에는 같이 놀 친구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언제나 반겨주고 함께 놀아주는 풀과 나무, 꽃과 연못에서 놀고 싶은가 봐요. 2022. 8. 5.
그늘(동시) - 윤명상 그늘 / 석우 윤명상 나는 햇살이 뜨거워 그늘을 찾는데 잠자리는 햇빛만 찾아 날아요. 나는 햇살에 지쳐서 축 늘어지는데 나팔꽃은 햇볕이 좋다며 신이 나서 싱글벙글 웃어요. 나는 햇살 때문에 짜증이 나는데 빨래는 빨랫줄에 올라앉아 선탠을 즐기며 덩실덩실 춤을 추지요. 2022. 8. 4.
한여름의 열기(동시) - 윤명상 한여름의 열기 / 석우 윤명상 밖에 나갔더니 뙤약볕이 와락 달라붙어 내내 따라다니며 더위를 부채질해요. 나무 그늘로 피했더니 더운 입김을 사정없이 불어대요. 집에 들어왔지만 뙤약볕이 뿌려놓은 열기가 졸졸 따라 들어와요. 밉다고 피하는 데도 심술꾸러기 한여름의 열기는 눈치 없이 따라다녀요. 2022. 8. 1.
새벽 비(동시) - 윤명상 새벽 비 / 석우 윤명상 아침에 일어나보니 부지런한 새벽 비가 다녀간 흔적이 곳곳에 있어요. 창문에 붙여놓은 진주알 몇 개, 나뭇잎마다 달아놓은 구슬들, 도로에 펼쳐놓은 수묵화.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라고 새벽 비는 부지런히 작업을 했나 봐요. 그리고는 부리나케 내가 잠에서 깨기 전 옆 동네로 건너갔어요. 2022. 7. 31.
푸른 강물(동시) - 윤명상 푸른 강물 / 석우 윤명상 며칠째 흙탕물이던 하늘 강물이 오늘은 푸르게 흘러갑니다. 뭉게구름이 부초처럼 떠다닐 뿐 물보라조차 없습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한 태양은 강물에 뛰어들어 홀로 멱을 감고 있는데, 거울 같은 강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론가 유유히 흘러갑니다. 2022.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