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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5

누구나 아기였다 - 윤명상 누구나 아기였다 / 석우 윤명상 아기일 때는 누가 뭐래도 넌 내 품의 자식이었지. 조금 커서는 품에서 벗어나려는 꾸러기 개구쟁이가 되었어. 사춘기가 되자 엄마 아빠보다는 친구를, 집보다는 바깥을 좋아하더군. 성인이 되니 하고 싶은 말 또박또박 하면서 자기중심이 되더라고. 그게 .. 2019. 10. 5.
가을 햇살 - 윤명상 가을 햇살 / 석우 윤명상 시월의 햇살이 한사코 내 방을 엿본다. 길을 걸으며 주워온 꿈과 추억과 아름다운 경험들, 만나고 헤어지며 가져온 사랑과 그리움과 무한한 상상의 세계들, 내 방에는 그렇게 가져온 삶의 의미들이 쌓여있고 가을 햇살은 그걸 보려고 한사코 기웃댄다. 2019. 10. 4.
꽃무릇 사랑 - 윤명상 꽃무릇 사랑 / 석우 윤명상 주인 떠난 시골집 뒤꼍에는 매년 갈바람과 함께 꽃무릇이 찾아옵니다. 긴 속눈썹에 붉은 립스틱을 바르고 외로운 담장 밑에서 떠나간 임을 기다리지요. 얼마나 사모했는지 겉옷도 걸치지 못한 채 목만 길게 빼고 그리운 임을 기다립니다. * 동구문학 21호에 수록 2019. 10. 4.
시월의 첫날 - 윤명상 시월의 첫날 / 석우 윤명상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한다면 태풍은 가을을 시샘한다. 9월이 그리다 만 가을을 10월은 곱게 마무리할 일이건만 시월의 첫날부터 태풍 미탁은 모질게 훼방을 놓을 태세다. 꽃샘추위에 봄꽃은 더 화려하듯이 가을 태풍에 단풍은 더 고아지겠지. 2019. 10. 1.
마음에도 길이 있다 - 윤명상 마음에도 길이 있다 / 석우 윤명상 누구나 마음속에는 자신만의 길이 있다. 사람마다 연륜은 다르지만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친근하게 다가오는 너. 너를 부여잡고 걷다가 머무는 곳은 골목길 끝에서 만나는 희망처럼 아픔조차 행복인 세상이다. 현실과 공존하지만 마음의 길을 통해서만 찾아가 만날 수 있는 세상. 누구나 그 길을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산다. * 동구문학 21호에 수록 2019. 9. 30.
9월을 배웅하며 - 윤명상 9월을 배웅하며 / 석우 윤명상 떠나는 9월이 아쉬워 호수가 있는 공원으로 배웅을 나갔습니다. 9월의 호수가 물속에 스민 흔적을 들추며 가볍게 흔들리는 것은 떠나는 설움에 속울음을 우는 까닭입니다. 석별이 아쉬운 호수 주변의 나무들은 9월이 남긴 애무에 살짝 상기되어 있습니다. 호수에는 그렇게 9월이 그리다 만 미완의 가을이 있었습니다. 2019. 9. 28.
4가 좋은 이유 - 윤명상 4가 좋은 이유 / 석우 윤명상 4람들은 4를 싫어합니다. 죽을 4와 발음이 같다며4거리를 네거리라 하고엘리베이터의 4층을 F로 바꿔버립니다. 나는 4를 좋아합니다. 꽃피는 4월이 좋고 천4 같은 4람이 좋고 4랑하는 4람과 함께 세상을 4는게 좋습니다. 4가 싫어 피하는 4람보다 4를 4랑하며 즐겁.. 2019. 9. 27.
가을 채색 - 윤명상 가을 채색 / 석우 윤명상 아픈 만큼 크는 거라 했지. 9월의 태풍을 두 개씩이나 보내며 한눈파는 사이 가을은 훌쩍 컸다. 언제 단풍 들까 싶던 가로수였는데 그새 울긋불긋 여물기 시작했다. 여름의 풋내를 벗고 책갈피에 꽂으면 좋을 벚나무 잎이 붉게 가을을 먼저 채색한다. 2019. 9. 26.
대청호의 가을 - 윤명상 대청호의 가을 / 석우 윤명상 대청호에 가을이 빠졌다. 점점 빠져들어 하루가 다르게 호수는 가을 색으로 변해 간다. 더러는 호수에서 빠져나와 나뭇가지에도 걸렸다. 벗어나려 몸부림을 치는지 군데군데 붉게 멍들어 간다. 이러다 내게도 달라붙어 내 마음도 붉게 물들까 싶다. * 2020 대청문화 11호에 수록 2019. 9. 24.
어머니의 바느질 - 윤명상 어머니의 바느질 / 석우 윤명상 불빛에 바늘귀를 비추며 실을 꿰시던 어머니. 찢어진 내 옷에 꿰맨 자국이 남지 않도록 어머니는 마음의 천을 덧대어 한 번 더 기우셨다. 그래서인지 세월이 흘러 옷은 낡아 없어졌지만 여전히 꿰맨 자국은 어머니의 눈빛처럼 나의 심장에 남아있다. 찢어진 옷이 아니라 당신의 사랑을 나의 심장에 기우셨던 어머니. 2019. 9. 19.
가을인가 봅니다 - 윤명상 가을인가 봅니다 / 석우 윤명상 그대가 생각나고 그리움이 밀려오는 것을 보면 가을인가 봅니다.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며 숙연해지는 것은 인생도 열매처럼 익어가는 까닭입니다. 지금까지의 삶이 연극이었다면 좋겠습니다. 가을이 지나기 전 대본을 수정할 수 있으니까요. 흔들바위처.. 2019. 9. 16.
가을 현상 - 윤명상 가을 현상 / 석우 윤명상 비와 함께 가을이 온다. 그 빗물과 함께 여름은 흘러가고 바람과 함께 그리움이 불어온다. 2019. 9. 12.
한가위 - 윤명상 한가위 / 석우 윤명상 고향 생각이 점점 커지다가 둥근 보름달로 뜨는 날. 아버지는 익힌 찹쌀을 절구에 찧으시고, 어머니는 인절미 만드시던 모습이 휘영청 떠오르는 날. 때때옷 입고 재 넘어 큰집에 가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 두둥실 떠오르고 그제나 지금이나 나이를 불문하고 마음은 .. 2019. 9. 11.
오솔길 - 윤명상 오솔길 / 석우 윤명상 비가 잦아진 틈에 오솔길을 걸었다.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지나간 길 옆 수풀은 죄다 포복하며 흐느낀다.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눈물을 훔치는 것이 어디 풀잎뿐일까 만, 옷깃 속으로 파고드는 빗물에서 아직 덜 익은 가을의 풋내가 난다. 2019. 9. 9.
태풍이 지나다 - 윤명상 태풍이 지나다 / 석우 윤명상 마지막 여름이 울고 간다. 가을장마와 태풍이 만나더니 요란하게 눈물을 쏟아낸다. 사랑을 떠나보내며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던 마음처럼. 2019. 9. 7.
스치는 것은 세월이다 - 윤명상 스치는 것은 세월이다 / 석우 윤명상 차창 밖의 풍경처럼 세월도 삶도 그렇게 흘러가는 풍경이다. 간혹 잔영이 된 풍경만이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모든 스쳐 간 우정과 사랑도 지나고 나면 잊히지만 두고두고 가슴을 떠도는 것은 그리움이라는 잔영이다. * 대청문화. 2019. Vol.10에 수록 2019. 9. 6.
가을, 허물을 벗다 - 윤명상 가을, 허물을 벗다 / 석우 윤명상 하늘이 높아지며 선선해지던 차에 세차게 가을비가 내린다. 허물을 벗을 때마다 몸집이 커지는 뱀처럼 가을도 커지려고 허물을 벗는가 보다. 비가 그치면 하늘은 더 높아지고 하늘색은 더 짙어지겠지. 그렇게 가을도 제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으려 빗.. 2019. 9. 3.
가다가 잠시 멈추어도 좋다 - 윤명상 가다가 잠시 멈추어도 좋다 / 석우 윤명상 땀이 나도록 공원을 걷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쉰다. 걸을 때 느끼지 못했던 바람의 속삭임과 풀벌레의 노래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려온다. 걸음을 잠깐 멈춘 것뿐인데 놓치고 있던 것들을 더 많이 느낄 수가 있다. 그러고 보니 흘려버리고 살아온 것들, 우정과 사랑과 고마운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멈추고 쉬어가는 것은 낭비와 게으름이 아닌 멈춰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비로소 되찾는 기회이다. 2019. 9. 1.
가을 느낌 - 윤명상 가을 느낌 / 석우 윤명상 여름을 보내며 처음으로 선풍기 없이 잠을 잤다. 옆지기 짝꿍보다 더 절실한 것이 한여름 선풍기 아니던가. 값진 것보다 하찮은 것에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 이제 슬슬 하늬바람을 타고 밀려온다. 2019. 8. 31.
비의 의미 - 윤명상 비의 의미 / 석우 윤명상 여름과 가을을 반반 머금은 비가 종일 오락가락 내립니다. 여름은 빗물로 떨어져 흘러가고 가을은 가슴으로 스며드네요. 그렇게 가을은 가슴에서부터 조금씩 물들어 갑니다. 2019. 8. 29.
사랑가 - 윤명상 사랑가 / 석우 윤명상 한 철 살다 가는 풀벌레도 가을이 되니 분주하다. 짝을 찾아 목 놓아 울어대는 그 고통을 누가 알까마는 섭리를 따라 세상에 태어난 흔적을 남기려는 본능으로 달도 없는 어둠 속 수풀 속에서 밤새, 사랑가를 부른다. 2019.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