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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6

사랑가 - 윤명상 사랑가 / 석우 윤명상 한 철 살다 가는 풀벌레도 가을이 되니 분주하다. 짝을 찾아 목 놓아 울어대는 그 고통을 누가 알까마는 섭리를 따라 세상에 태어난 흔적을 남기려는 본능으로 달도 없는 어둠 속 수풀 속에서 밤새, 사랑가를 부른다. 2019. 8. 27.
인생의 가을 - 윤명상 인생의 가을 / 석우 윤명상 가을을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 한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가을이라 하듯이. 그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모진 겨울은 길어만 간다. 인생의 가을이 짧아진 만큼 긴긴 겨울이 백세 인생을 채우듯이. 2019. 8. 26.
가을은 그랬어 - 윤명상 가을은 그랬어 / 석우 윤명상 새로운 시작에는 언제나 설렘이 있지. 가을이 조금씩 느껴지는 지금이 바로 그렇거든. 사춘기의 아이처럼 설레는 것은 가을이 주는 매력이잖아.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거. 사랑이 새벽이슬처럼 송골송골 맺히는 설렘이랄까. 2019. 8. 24.
처서(處暑) - 윤명상 처서(處暑) / 석우 윤명상 목에 걸린 가시처럼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던 여름이었건만 처서가 되니 걸린 가시가 내려가듯 답답함이 풀린다. 눈물은 쏘옥 뺐지만 이 맛에 가을을 기다린 모양이다. 2019. 8. 24.
가을 문턱 - 윤명상 가을 문턱 / 석우 윤명상 익숙한 바람이 스멀스멀 가슴을 파고든다. 땀을 식힐 수 있는 작은 여유만으로도 행복한 바람. 눅눅함을 씻어냈을 뿐인데 달콤한 크림처럼 마음의 성찬이 된다. 2019. 8. 21.
그네가 된 벤치 - 윤명상 그네가 된 벤치 / 석우 윤명상 벤치가 그네가 되어 쉼과 오락을 준다. 앞뒤로 발을 구르며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도 너에게 그네처럼 즐거운 벤치가 되어야지, 속으로 다짐한다. 2019. 8. 10.
그대는 나의 시 - 윤명상 그대는 나의 시 / 석우 윤명상 처음에는 나의 기쁨이고 꿈이었지만 그리움으로 바라보게 된 그대는 나의 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시를 쓰는 것은 그대가 그리운 까닭입니다. 2019. 7. 31.
폭우와 꿀물 - 윤명상 폭우와 꿀물 / 석우 윤명상 마른장마에 허리춤이 훤히 드러난 대청호가 체면치레 하듯 쏟아 놓은 늦은 장맛비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어디선가는 홍수였을 테지만 호수에는 꿀물이기에 거칠었던 물살도 호수에서는 잔잔한 물보라가 된다. 마치, 그리움이 폭우처럼 쏟아져도 가슴에서는 .. 2019. 7. 30.
동화 속에서 - 윤명상 동화 속에서 / 석우 윤명상 비에 젖은 아스팔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번지고 거칠던 노면은 반들반들 윤기를 내며 수족관으로 탈바꿈을 한다. 사람도 자동차도 지느러미를 저으며 수면을 헤엄쳐 가면 불빛은 길게 명암을 드리우며 동화 속 세상을 만든다. 2019. 7. 29.
모다깃비 - 윤명상 모다깃비 / 석우 윤명상 잔뜩 찌푸린 막바지 장맛비가 뭇매를 치듯 내리는 밤. 아무래도 여름의 심사가 많이 뒤틀린 모양이다. 이럴 때는 예쁜 무지개 하나 걸어주면 기분이 풀릴 텐데, 날 밝으면 산에 들에 나가서 무지개나 찾아볼 일이다. 2019. 7. 26.
호수에서 - 윤명상 호수에서 / 석우 윤명상 호수에 담긴 하늘에다 돌팔매질을 했다. 돌멩이는 물수제비를 만들며 파란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내 가슴에 물수제비를 남기고 사라진 너처럼, 그래도 좋은 것은 호수가 하늘을 담았듯이 너를 담은 내 마음이기에. 2019. 7. 26.
소나기 3 - 윤명상 소나기 3 / 석우 윤명상 손님처럼 왔다가 작은 흔적만 남기고 홀연히 떠나갔습니다. 반길 틈도 없이 스쳐간 눈물 같은 자국 뿐. 이제는 그 얼룩조차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2019. 7. 13.
여름 햇살 - 윤명상 여름 햇살 / 석우 윤명상 언제부터인가 여름은 용광로가 되었다. 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먹던 추억이나 툇마루에 앉아 부채질 하나로 여름을 식히던 기억은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여름은 더워야 제격이라지만 끓는 더위는 여름의 낭만조차 녹인다. 2019. 7. 6.
산 - 윤명상 산 / 석우 윤명상 산을 오르면 오른 만큼 세상은 내 것이 되고 내려가면 내려간 만큼 세상은 내 품에 안겨 온다. 올라가도 좋고 내려가도 좋은 것은 내 세상을 내 품에 품는 까닭이다. 2019. 7. 2.
잡초 - 윤명상 잡초 / 석우 윤명상 밟히고 뽑혀 버려지는 운명,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 홀로 자라야 하지만 겨울을 견디고 맨 먼저 싹을 내는 것은 잡초다. 가뭄에 말라 죽더라도 한 방울의 비에 맨 먼저 고개를 내미는 것도 잡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 홍수가 휩쓸고 간 자리를 가장 먼저 복구시켜 놓는 것도 다름 아닌 잡초다. 잡초를 탓하지 말라. 오히려 잡초처럼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잡초는 뿌리내린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 문학사랑 2020년 여름호에 수록 2019. 6. 28.
월명산의 꿈 - 윤명상 월명산의 꿈 / 석우 윤명상 달빛 하얗게 내려앉은 월명산 아래 작은 초가집 하나 있었지. 머루 넝쿨 정겨운 돌담 사이로 새어 나오는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늦은 오후, 함께 놀다 월명산에 낮달이 떠오르면 꼬마는 손을 흔들며 발길을 돌리곤 했어.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돌담은 사라지고 없지만 단발머리 소녀의 하얀 미소는 월명산의 달처럼 지금도 떠오르지. 2019. 6. 24.
무심코 - 윤명상 무심코 / 석우 윤명상 무심코 내다본 창밖에 달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 순간 심쿵 했던 것처럼, 무심코 바라본 그곳에 당신이 계신다면 얼마나 가슴이 설렐까. 2019. 6. 15.
무인도 - 윤명상 무인도 / 석우 윤명상 바다 가운데 외딴 섬을 두르고 있는 둘레길에 이따금 배를 타고 찾아온 사람들이 섬을 거닐다 가듯이 그리움이라는 내 마음 속의 작은 무인도에도 그대, 이따금 찾아와 말없이 거닐다 갔으면. 2019. 6. 14.
파도 소리 - 윤명상 파도 소리 / 석우 윤명상 해안 둘레길 나무 데크를 따라 밤길을 걷는다. 멀리 불빛이 바다에 들어 물장구치는 어둠속에서 들리는 것은 시름을 씻어주며 마음을 다독이는 파도 소리 뿐. 2019. 6. 12.
거제도 - 윤명상 거제도 / 석우 윤명상 초행길에 만나는 모든 것은 별스럽지 않아도 그 자체가 신비며 낯섦을 즐긴다는 것은 여행자로서 최소한의 예의다. 어디에서 본 듯한 산과 바다와 도시지만 거제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풍광들은 그 만의 명품이 된다. 2019. 6. 11.
6월에 내리는 비 - 윤명상 6월에 내리는 비 / 석우 윤명상 그리움이 깊으면 밤도 꼬박 새듯이 초여름의 가랑비가 밤을 새우며 내립니다. 낮 동안 흘린 눈물로는 그리움을 다 씻어내기가 너무 벅찼나 봅니다. 그리움을 빗물로 쏟아내고 나면 봄은 모두 씻겨가고 여름만 덩그러니 남겠지요. 2019.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