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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같은 삶을 위하여

☞ 石右의 시방1595

봄꽃이 되고 싶다 - 윤명상 봄꽃이 되고 싶다 / 석우 윤명상 겨울 장막을 뚫고 곱게 피어나는 이른 봄꽃처럼 나, 그대의 꽃이 되고 싶다. 움츠린 마음을 펴고 우울한 그대 마음을 밝히는 화사한 봄꽃이고 싶다. 이름 없는 꽃이어도 좋고 하다못해 얼음꽃이어도 좋다. 그대가 머무는 곳 그대가 바라보는 곳에서 그대만의 꽃으로 피고 싶다. 2022. 2. 25.
봄이 오려나봅니다 - 윤명상 봄이 오려나봅니다 / 석우 윤명상 봄이 오려나봅니다. 기온은 차갑지만 시선이 자꾸 창밖으로 향하는 것을 보니 봄이 오려나봅니다. 봄은 홀로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에 대한 옛 추억과 그리움을 안고 가슴속으로 나의 가슴속으로 파고들 것입니다. 꽃밭에는 그대의 미소가 돋아날 것이고 들판에는 그대의 웃음소리가 피어날 것이며 나뭇가지에는 그대의 사랑이 가득할 것입니다. 나의 사랑이 봄처럼 오려나봅니다. 마음의 창 너머에 그대가 자꾸 아른거리는 것을 보니 봄이 사랑으로 오려나봅니다. 2022. 2. 24.
병원 대기실에서 - 윤명상 병원 대기실에서 / 석우 윤명상 항상 만원이다. 건강을 사려는 무표정한 사람들을 대기 환자 순번을 든 무표정한 모니터가 마주 본다. 아픈 사람이 어찌 이리 많을까. 건강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건강에 좋다는 약과 보조식품은 또 얼마나 많은데, 건강해지는 만큼 아픔은 늘어가고 약효가 좋아지는 만큼 병도 교활해지며 세상이 좋아진 만큼 질병도 살기가 좋아진 모양이다. 질병에 이끌려 왔다가 약봉지 하나 들고 집으로 가는 길, 사탕 하나 주고 우는 아이 달래듯 약하나 주고 달랠 수 있다면 좋겠다. 2022. 2. 23.
베이징의 전쟁 - 윤명상 베이징의 전쟁 / 석우 윤명상 베이징의 동계전쟁은 끝났다. 순수까지는 아니더라도 공정하려는 노력은 보여야 그것이 스포츠고 올림픽일 터, 언제부턴가 올림픽은 치열한 전투가 되었다. 존중과 경쟁은 음모와 쟁탈이 되었고 자신, 혹은 자국만의 명예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싸움의 향방은 뒷거래로 좌우됐다.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춤을 춘들 아물지 않는 전쟁의 후유증은 승자와 패자, 모두의 것. 이제, 전쟁으로 변질된 올림픽은 동네 골목길에서의 구슬치기와 딱지치기, 제기차기보다 못한 놀이가 되었다. 2022. 2. 21.
2월의 빗장 - 윤명상 2월의 빗장 / 석우 윤명상 2월은 봄의 문을 여는 달이지만 지금은 모질게도 문빗장을 잠가 놓고 있습니다. 중간에 살짝 열리며 봄이 들어오는 듯했지만 이내 닫히고 냉기만 흐를 뿐. 언젠가 따뜻하던 그대 마음이 냉랭하게 닫힌 뒤로 추위에 떨어야 했던 나처럼 지금 저 봄의 요정들도 따뜻한 품을 사모하다가 망연자실 오들오들 떨고만 있습니다. 2022. 2. 20.
봄의 찬가 - 윤명상 봄의 찬가 / 석우 윤명상 봄은 희망의 계절, 언 땅을 뚫고 부활하는 생명에는 승전가의 곡조가 있다. 봄을 알리는 이른 생명일수록 그 이름과 모양에 상관없이 장엄한 상징이 되는 것. 동장군의 기세에 맞서 꽃을 피우고 싹을 내는 것은 봄이 지닌 생명의 위대함이다. 봄은 그렇게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며 생명의 축제를 여는 것이다. 2022. 2. 17.
정월 대보름날에 - 윤명상 정월 대보름날에 / 석우 윤명상 어린 시절, 순수했던 꿈이 멍석만 한 보름달로 뜨는 날. 불붙은 관솔로 깡통을 돌리며 쥐불놀이하던 소년의 행복은 불꽃처럼 활활 타올랐고 허공을 가르며 윙윙거리는 불꽃 소리의 크기는 행복과 환희의 크기였다. 꿈으로 불타던 쥐불놀이 깡통의 관솔불은 뜨거운 청춘이 되었고 논두렁의 소년을 따라 쥐불에 그을리던 대보름달은 어느새 구슬만큼 작아져서 늙어가는 길을 비추고 있다. *대전문예창작 제3호(2022)에 수록 2022. 2. 14.
매듭 - 윤명상 매듭 / 석우 윤명상 우리라는 말은 나와 너 나와 그대 나와 당신을 하나로 묶는 매듭입니다. 우리가 있어 사랑과 행복을 공유하고 어려움은 나눌 수 있는 것. 우리 때문에 고독과 외로움이 아닌 함께 손을 맞잡고 함께 마주 보며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것. *대전문예창작 제3호(2022)에 수록 2022. 2. 13.
봄처럼 그대 온다면 - 윤명상 봄처럼 그대 온다면 / 석우 윤명상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처녀처럼 그대도 말없이 내 곁에 왔으면 좋겠습니다. 가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떠나는 겨울처럼 내 마음의 아픔도 조용히 떠나면 좋겠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봄이 와도 그리움의 아픔은 떠나지 않고 겨울은 떠나는데 그대는 오지를 않습니다. 그대를 대신하여 피었던 봄꽃들은 다시 봉우리로 영그는데 내 마음의 봄, 그대는 너무 멀리 있나 봅니다. 2022. 2. 11.
신음소리 - 윤명상 신음소리 / 석우 윤명상 지구의 신음소리가 들리나요? 통증으로 인한 몸부림에 지축과 사지가 흔들리고 화산 분출로 고름을 짜내는 지구. 고통의 눈물로 세상 곳곳은 범람하고 고열로 인한 오한에 추위를 타거나 더위를 먹거나, 정신이 혼미한 지구입니다. 상처는 곪아 터지고 진물에서 생긴 악질 바이러스는 인간을 공격한다기 보다는 아프니까 치료해 달라는 무언의 호소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태초에 보기 좋았던 낙원, 생육하고 번성할 세상의 주인공이 이제는 지구를 병들게 하는 지구의 해충이 된 인간입니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은 욕심을 먹는 인간의 지나친 식욕 때문이고 과식은 만병의 근원, 이 불치의 병증은 덩달아 인생의 몫이 되었습니다. 2022. 2. 8.
캔 커피 - 윤명상 캔 커피 / 석우 윤명상 가슴속에 고이 간직한 한 움큼의 커피, 오직 당신을 위해 담아놓은 사랑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당신의 애무를 기다리며 꼭꼭 담아놓은 그리움입니다. 나를 비우고 당신의 갈증을 채우기까지 나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것입니다. 2022. 2. 7.
봄을 찾아서 - 윤명상 봄을 찾아서 / 석우 윤명상 입춘을 징검다리 삼아 봄이 온다기에 대청호 오백리길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호반 음지에는 잔뜩 독이 오른 서릿발이 짐짓 거드름을 피웠고 허세를 부리듯 눈보라는 한겨울의 깃발이 되어 휘날렸습니다. 하지만 봄은 서릿발과 함박눈을 징검다리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통통해진 버들강아지가 살짝 귀띔을 해주었거든요. 저 징검다리를 건너 조심조심 봄이 오고 있다고. 2022. 2. 7.
아주 어린 날의 꿈 - 윤명상 아주 어린 날의 꿈 / 석우 윤명상 나는 한때 방앗간의 모터에서 휘감아 도는 피대가 되는 꿈을 꾸었습니다. 거대한 모터에서 부드럽고 위엄 있게 돌아가며 방앗간의 모든 기계를 움직이는 웅장하고 장엄한 피대는 예닐곱 꼬마에게 신비와 경이였습니다. 소달구지를 타고 방앗간에 가는 날이면 모터 앞에 쭈그려 앉아 투득투득 돌아가는 피대의 묵직한 소리와 삐뚤거나 멈춤 없는 한결같은 회전을 보며 사랑에 빠졌던 것입니다. 그때 누군가 내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면 나는 저 피대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동안 피대의 잔영은 미운 여섯 살의 심장을 돌리고 또 돌렸습니다. *대전문예창작 제3호(2022)에 수록 2022. 2. 4.
봄은 올 거야 - 윤명상 봄은 올 거야 / 석우 윤명상 입춘, 듣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말. 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지만 아직은 추운 계절, 꽁꽁 얼어붙은 세상의 톱니바퀴와 2월의 겨울 외투 속에서 여린 봄은 번데기처럼 꿈틀대겠지. 세상에 판치는 거짓과 가짜도 겨울과 함께 사라지고 기다리던 봄이 오면 달래와 쑥과 냉이를 뜯어야겠다. 텅 비었던 바구니에는 푸릇한 향기로 가득할 테고 모두 모두의 가슴에도 상쾌한 봄 내음이 스며들 거야. 2022. 2. 4.
설날의 추억 - 윤명상 설날의 추억 / 석우 윤명상 설날 새벽이면 이십 리, 봉곡 큰집으로 원정을 간다. 아버지의 흰 두루마기 갑옷을 조명 삼아 어둠 속 일렬로 진군하던 길. 설빔으로 무장한 용사들이 두어 시간 행군하여 합류하면 군영은 왁자지껄 사기가 올랐다. 안방 윗방 골방까지 차지한 형제들이 보이지도 않는 제사상에 절을 하고 나면 비로소 궁궐의 보급품이 주어졌다. 세뱃돈은 과일과 덕담이 대신했고 이 산 저 산 흩어져 있는 조상들을 찾아 성묘를 하고 나면 코흘리개는 개선장군이 되었다. *대전문예창작 제3호(2022)에 수록 2022. 2. 1.
적과의 동침 - 윤명상 적과의 동침 / 석우 윤명상 3년째 물고 물리는 악연, 조금은 익숙해졌지만 쫓기거나 피하거나 잡히거나 잔인한 설을 맞았다.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 적의 눈치를 보며 이중삼중 방패를 앞세웠음에도 방패가 뚫렸다는 소식은 끊이질 않는다. 줄곧 변장하고 나타나는 후안무치에 적과의 악연은 길어지고 평범했던 일상은 점점 그 흔적을 잃어간다. 2022. 1. 31.
겨울에 대한 느낌 - 윤명상 겨울에 대한 느낌 / 석우 윤명상 추위와 폭설, 그리고 한겨울의 호우… 나는 겨울을 보며 너를 생각했다. 사랑을 포기하고 나를 잊으려 고독을 택했던 너. 고독의 아픔은 극지의 냉혹한 추위가 되었고 사랑에 대한 갈망은 함박눈이 되어 쌓인 것이라고, 사랑이 떠난 자리에는 그리움이 자라면서 눈물 같은 비가 내린 것이라고. 겨울을 보며 너를 느끼는 것은 너의 마음도 나와 같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2022. 1. 29.
나에게 시란 - 윤명상 나에게 시란 / 석우 윤명상 나에게 시란 무지개다. 확실하고 분명한데 막연한, 잡을 듯 손을 뻗으면 멀어지고 보기에는 너무 선명한데 묘사하려면 흩어지고 마는, 그러다가 비슷하게 그려지는 것이 나의 시다. 무지개를 잡았다 싶어 잡은 무지개를 펼치다 보면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는 저 막연한 듯 분명한 실체, 무지개를 시로 채색하는 순간 나를 벗어나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다. 매번 시를 써놓고 보면 무지개인 듯 무지개 아닌 무지개 같은 형상일 뿐 눈앞에는 항상 무지개가 아른거려 나는 지금도 무지개를 그리고 있다. 2022. 1. 28.
명절 선물 - 윤명상 명절 선물      / 석우 윤명상 정월 초하루, 설이 되면아이들은 명절이라서 그냥 좋고어른들은 자녀들을만날 생각에 기쁜 명절입니다.   선물을 준비하고 나누는 즐거움은명절의 앙꼬 같은 것.그 앙꼬에빠질 수 없는 것이 미소입니다.   아무리 많은 선물도미소가 빠지면선물이 아닌 짐이 되거든요.   미소가 추가되면선물의 가치는 두 배가 되고기쁨은 헤아릴 수 없이 커지게 됩니다. 2022. 1. 27.
애벌레 - 윤명상 애벌레 / 석우 윤명상 애벌레에게 진실은 단지, 썩은 구정물이다. 애벌레의 거짓은 입술과 양심의 주인,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이유다. 번데기였을 때나 애벌레인 현재의 앞뒤는 잘 포장된 쓰레기일 뿐. 벌레들에게 깨끗함은 되레 숨 막히고 낯간지러워 결코 머물 수 없는 곳이기에 일부러 물을 썩히거나 썩은 곳을 찾아 우르르 몰려드는 것. 혹한을 견디고 밟혀도 일어서는 생명력으로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벌레, 지금도 애벌레는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썩은 냄새를 뿌리고 다닌다. 2022. 1. 27.
궁금하다 - 윤명상 궁금하다 / 석우 윤명상 평소 같으면 태양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산책하고 있을 시간이지만 모습을 감추고 없다. 언젠가 그대가 환한 미소만 내 가슴에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던 것처럼. 2022.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