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훈. 신앙시578 태양처럼 가자 - 윤명상 태양처럼 가자 / 석우 윤명상 인생이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아니다. 양탄자가 깔려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늘처럼 맑은 하늘도 있거니와 어제처럼 검은 구름에 눈보라 치는 하늘도 있는 것. 구름이 걷히고 눈보라가 지나고 나면 태양은 여전히 그곳에 있듯이 인생도 여전히 그 자리에 사는 것. 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흐린 날이 많을 수 있고 한동안 흐릴 수도 있겠지만 흐렸다 맑아지는 하늘은 아름답다. 구름에 일그러지는 태양이 없듯이 태풍이 불어도 천둥이 불꽃을 내뿜어도 유유히 태양처럼 가자. 2024. 1. 8. 바람이 분다 - 윤명상 바람이 분다 / 석우 윤명상 바람의 말은 옷깃을, 말의 바람은 가슴을 파고든다. 바람은 계산되지 않는다. 말의 바람은 입에서 불기 시작하여 감정이 우거진 마음의 숲에서 회오리치다가 사라진다. 때때로 말의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도 한다. 산들바람이었다가 태풍이 되기도 하는 것. 태풍 같은 기쁨이면 좋으련만 말의 바람에 종종 삶이 쓰러지거나 휘청거리기도 한다. 주먹 하나조차 허용하지 못하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의 바람은 어떤 태풍보다 강하고 어떤 검보다 예리하여 수많은 영혼을 휩쓸어 버렸다. 바람은 있어야 하는 것, 바람으로 끝나는 바람이거나 가슴을 열고 심호흡하기 좋은 바람이면 좋겠다. 2024. 1. 3. 시간 - 윤명상 시간 / 석우 윤명상 잘게 조각난 시간이 또 한 움큼 멀리 과거로 떨어져 나간다. 삶이 지나온 호흡이 묻어있는 조각들, 더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움켜쥐려던 알갱이는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고 아련한 그리움의 느낌만 남았다. 다시 세월의 도마 위에는 하나씩 잘려 나갈 눈금 친 시간이 기다리는데 저 조각들에는 어떤 삶의 이미지가 새겨질까 봄 소풍을 기다리는 소년처럼 나는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2023. 12. 27. 탐욕이 호흡하다 - 윤명상 탐욕이 호흡하다 / 석우 윤명상 탐욕은 아무리 예뻐도 꽃이 될 수 없고 아무리 자라도 기댈 만한 나무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탐욕은 아무리 다듬어도 안락한 의자가 될 수 없고 아무리 화려해도 향기를 풍기지 못한다. 탐욕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세상, 탐욕이 호흡하는 것은 생명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명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며 그 수명은 오래 존재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꽃이 되거나 향기가 된 탐욕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흉기와 가시가 되어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찔렀다. 2023. 12. 23. 한 해의 끝에서 - 윤명상 한 해의 끝에서 / 석우 윤명상 생각 같아서는 모든 꼬리를 잘라버리고 홀가분히 가고 싶다. 의도치 않은 고민들이 친구인 척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거머리처럼 마음속에 기생하는 것이 어디 고민뿐일까. 살그머니 들어온 미움도 욕심도 한 마리씩 내 삶에 꼬리가 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로 달려가야 하는데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모든 것을 버렸기에 거친 눈보라에도 걱정이 없는 저 나목들처럼 살고 싶은데, 나목이 벗어놓은 것들을 나는 움켜쥐고 한 해의 끝에 매달려 있다. 2023. 12. 18. 북극의 눈물 - 윤명상 북극의 눈물 / 석우 윤명상 빙하의 고향이었지만 이제는 빙하가 떠나는 자리에 모기와 파리 떼가 자연스레 입주파티를 벌인다. 터줏대감이던 흰곰은 언제부턴가 유빙을 전전하며 떠도는 노숙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냉정했던 북극은 여성호르몬이 늘어나는 중년 이후의 남자처럼 눈물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 눈물이 어디에서는 폭설이 되고 어디에서는 홍수가 되는 심한 감정기복을 드러냈다. 달래거나 시간이 지난다고 가라앉을 증세가 아니기에 눈치 보는 사이 눈물은 온 마을에 번질 뿐이다. 2023. 12. 14. 잃어버린 시간 - 윤명상 잃어버린 시간 / 석우 윤명상 한 세월의 끄트머리에서 걸어온 발걸음을 되돌아봅니다. 발바닥의 먼지는 부끄러운 맛이지만 쉽게 뱉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매일의 태양을 보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다시 또 하나의 태양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발바닥에는 여전히 먼지가 묻은 상태지만 나는 뻔뻔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합니다. 시간을 다시 되돌려 준대도 나는 또다시 올챙이를 모르는 개구리일 것입니다. 2023. 12. 10. 삶의 성찰 - 윤명상 삶의 성찰 / 석우 윤명상 천 년을 하루 같이 기다리는 당신을 나는 천 년 같은 하루를 그리움으로 바라봅니다. 당신을 따라가며 걷는다고 걷는 걸음은 세상에 취한 까닭에 돌아보면 삐뚤삐뚤 굽었습니다. 당신의 은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편식하듯 고르다가 허기진 영혼이 되었습니다. 내 안에 당신의 마음을 담으려 했더니 기존의 마음이 텃세를 부려 도무지 변할 생각을 안 합니다. 또 한 해는 저물어가고 어떤 열매가 맺혔을까 곰곰이 돌이켜 보지만 당신께 드릴 달란트는 보이지 않습니다. 편하고 배부르며 안전한 생활이 익숙한 탓에 좁은 길, 좁은 문은 관심도 없으니 주님, 어찌해야 하나요. 2023. 12. 6. 삶의 추위가 닥칠 때 - 윤명상 삶의 추위가 닥칠 때 / 석우 윤명상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며 마음까지 추워지는 겨울입니다. 더워서 서로를 밀어내고 필요가 없어서 옷을 벗어던지는 계절과 달리,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주고 온기 있는 손으로 서로를 잡아주라고 하나님은 추위도 주는 것입니다. 어미닭이 깃으로 병아리를 모으듯 추우면 하나님 품에 안기라고 부르시는 것입니다. 2023. 12. 1. 한을 품다 - 윤명상 한을 품다 / 석우 윤명상 오뉴월의 서리처럼 가을의 한파는 누군가의 한일지도 모른다. 함부로 짓밟히며 응어리진 마음으로 몸부림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참다 참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발작이거나 냉가슴의 절규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언어가 아닌 자연의 언어로 사정사정 비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3. 11. 28. 노인이 노인에게 - 윤명상 노인이 노인에게 / 석우 윤명상 정열을 잃은 갈대처럼 흔들리며 작은 바람에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남은 것이라곤 부러지지 않은 가냘픈 자존심 하나, 바람이 거세질수록 자존심은 강렬하게 저항했다. 처음부터 나는 이렇게 살았노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갈대에게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말한다. 부드럽게 돋아나던 새순의 봄을 기억하라고, 고개를 숙이지 못하고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정열을 잃고 자존심 하나로 버티는 갈대를 바람은 지금도 흔들어 대고 있다. 2023. 11. 25. 시의 세계 - 윤명상 시의 세계 / 석우 윤명상 세상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되고 시인의 세상은 글로서 창조된다. 세상은 하나님의 시며 나의 시는 그 세상의 작은 조각이다. 하나님의 시를 읽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믿음이고 지혜다. 감상해야 할 시는 많은데 인생은 짧아 미처 다 읽지 못해 아쉬움이다. 2023. 11. 19. 죽음 너머를 꿈꾸며 - 윤명상 죽음 너머를 꿈꾸며 / 석우 윤명상 젊을 때 몸이 아프면 곧 낫겠지, 하고 버텼다. 그것이 일상이었고 오늘까지 살아온 요령이었다. 육십 줄에 들어서면서 내 몸을 대하는 생각이 달라졌다. 몸이 아프면 이러다 죽을 수 있겠구나 싶어 삶을 돌아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기쁘고 행복한 죽음의 추상이다. 영원한 낙원이 있으니, 오래전 장기기증과 안구 기증 서약을 했다. 그럴 상황이 올는지는 모르지만 가족들에게는 만에 하나 연명치료를 불허한다, 천명했다. 인생이 추해지기 전에 천국에 갔으면 하고 소망하는 것은 욕심 때문에 노년이 추해지는 늙은이를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것보다 추하지 않은 삶을 꿈꾸기에 몸이 뻐근한 느낌이 들거나 살짝 아프기만 해도 천국을 꿈꾸는 재미가 앞섰다. 2023. 11. 16. 늦은 비 - 윤명상 늦은 비 / 석우 윤명상 물든 단풍을 지우려는 듯 계절의 흐름을 바꾸며 늦은 가을비는 몸부림쳤다. 유대광야의 늦은 비는 땅과 식물의 허기를 채워주는 결실을 위한 막바지 몸부림이었다. 이른 비가 잉태의 의미라면 늦은 비는 열매를 익히는 마지막 몸부림이다. 인생의 늦은 비는 달콤한 것. 늦은 비에 단풍은 지더라도 삶은 알곡으로 여물기 때문이며 영혼의 늦은 비 또한, 인내와 절제와 기다림의 절정이니 영원히 빛날 영광인 까닭이다. 2023. 11. 11. 열병 - 윤명상 열병 / 석우 윤명상 지난여름, 친구는 열병을 앓았다. 고열에 시달리며 식은땀을 쏟아야 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이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계절 없이 열병을 앓는다. 찬바람이 불고 서리까지 내리던 11월에도 여지없이 열병은 찾아왔고 이런 가을 고열은 처음이라 했다. 친구가 위험하다. 생활 습관이 문제라는데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없고 해열제도 들지 않는다. 2023. 11. 6. 세상에서는 가장 행복할 수 없는 사람 - 윤명상 세상에서는 가장 행복할 수 없는 사람 / 석우 윤명상 너도나도 출세를 지향하며 쾌락과 부귀영화를 꿈꾸는 시대 그러나 자신을 쳐서 복종시켜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좋은 집에 고급 자가용을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허세보다 돌부리 널린 좁은 길로 가야만 하고 배불리 먹고도 남을 양식을 모으기보다 빈 들을 벗 삼아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없는 사람,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내밀며 오 리를 가자하면 십 리를 가주고 십자가에 자기 손을 못 박을망정 원수라도 끝까지 사랑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없는 사람 으뜸이 되려고 경쟁하는 세상에서 낮아져야만 하고 겸손으로 남의 발을 닦아주며 섬김을 받기보다 섬겨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2023. 11. 3. 가을이 가는 길 - 윤명상 가을이 가는 길 / 석우 윤명상 가을은 가면서 아름다운 흔적을 남긴다. 지나간 자리에는 들꽃이 피고 단풍이 들고 낙엽조차 아름답다. 싱그러운 바람이 가을의 길을 안내하고 흰 구름은 동행하며 청명한 하늘을 가로질러 상강(霜降)에 이른다. 가을 같은 인생이면 좋겠다. 내가 지나간 자리에는 꽃이 피고 단풍이 들고 낙엽조차 아름다운. 2023. 10. 29. 가루 - 윤명상 가루 / 석우 윤명상 바람에 날리는 마른 가루처럼 세파에 흩날리는 인생이지만 가루에 물을 넣듯 사랑을 부으면 부드러운 반죽이 된다. 사랑이 결핍되면 날리지는 않겠지만 퍽퍽한 덩어리가 될 뿐, 날려가는 가루도 사랑으로 반죽하면 떨어질 수 없는 하나가 된다. 2023. 10. 26. 사진 한 장 - 윤명상 사진 한 장 / 석우 윤명상 책꽂이에 잠자던 오래된 성경책을 펼쳤다. 뒤표지 안쪽에서 기지개를 켜는 사진 한 장, 어머니는 곱게 웃고 계셨다. 언젠가의 추억이 한동안 잊고 있던 미소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경을 펼치면 어머니는 웃어주셨고 성경을 덮으면 어머니는 기도하신다. 나는 종종 성경 속을 산책하다가 은혜 가득한 어머니의 미소를 안고 나온다. *대전문예창작(2023.제4호)에 수록 2023. 10. 22. 한 그루 나무처럼 - 윤명상 한 그루 나무처럼 / 석우 윤명상 저 산에 우뚝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고 싶다. 세상 풍설에 휘둘리지 않고 미움과 다툼으로 등 돌리지 않고 뿌리내린 그곳에서 한 줌 햇볕과 바람에 만족하며 갈하면 갈한 대로 계절 따라 꽃 피우고 열매 맺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고 싶다. 숲의 새들이 깃들이다 떠나고 세월이 앉았다 떠난 자리에 설령 외로움이 밀려온대도 한 시절의 삶을 고스란히 낙엽으로 떨구어 기꺼이 거름이 되고 열매는 누군가의 먹이가 된들 나, 한 그루 나무처럼 살고 싶다. 저기 저 산, 우뚝 서 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 살고 싶다. 2023. 10. 17. 문 전도사를 위한 기도 - 윤명상 문 전도사를 위한 기도 / 석우 윤명상 주님, 거친 파도 위를 걸어야 하는 저의 발이 물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한순간 밀려온 풍랑을 헤쳐갈 수 있도록 잡아주소서. 질병의 가시덤불과 고통의 자갈밭, 홀로 싸워야 하는 거친 좁은 길에서 이끌어 주소서. 마음을 약하게 하는 걱정이라는 골리앗을 이기고 사울의 단창처럼 날아드는 염려까지 거뜬히 견딜 수 있게 하소서. 힘든 투병의 광야 길에 불기둥과 구름기둥으로 이끄시고 예비하신 만나를 주시어 거뜬히 주님을 따라가게 하소서. 우는 사자처럼 삼키려는 유혹과 한눈팔게 하는 간사한 유혹을 이기고 첫사랑을 지킬 수 있도록 주님, 이끌어 주소서. 2023. 10. 14. 이전 1 2 3 4 5 6 7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