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훈. 신앙시592 시 같은 삶을 위하여 - 윤명상 시 같은 삶을 위하여 / 석우 윤명상 너는 시인이리라. 마음에 시를 품었으니 바라보는 모든 것에 시 같은 삶을 꿈꾸는 것이리라. 오랫동안 품어온 이상이기에 생활이 시가 되어 너를 바라보는 누구라도 삶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하리라.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누군가의 희망이 되며 누군가에게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들꽃이 되어야 하리라. 시는 꺾이지 않으며 시는 탈색되지 않기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시 같은 삶이 되어야 하리라. 시 같은 삶은 마음 안팎에 만드는 낙원인 것. 너를 바라보는 시선에 천국의 노랫말이 보여야 하리라. 때로는 이름 없는 잡초처럼 풀숲에 뒤엉켜 눈에 띄지 않더라도 시 같은 삶에 만족하며 평안을 누려야 하리라. 2024. 3. 11. 강도를 만난 자의 이웃 - 윤명상 강도를 만난 자의 이웃 강도를 당한 자는 주님의 메시지였고 랍비에게는 시험이었으며 사마리아인에게는 사랑이었다. 강도를 당한 자의 아픔은 제자들에게 숙제가 되었으며 오늘 우리에게는 사명이고 삶의 과제이다. 날마다 강도를 당하는 사람들, 예고 없는 강도로부터의 아픔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보듬어야 할 주의 길이 되었다. 2024. 3. 5. 봄이 온다는 것 - 윤명상 봄이 온다는 것 / 석우 윤명상 겨울을 겪지 않으면 봄이 오는 의미를 모릅니다. 추위에 몸부림치고 눈보라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그 가슴에 찾아올 봄은 없는 것. 사랑의 아픔처럼 냉기가 스치고 간 곳에 봄이 오는 까닭입니다. 해방의 봄도 민주화의 봄도 은혜와 구원의 봄도 겨울이 지난 뒤에 찾아왔습니다. 겨울을 거치지 않은 봄이 없고 봄이 없는 겨울도 없듯이 봄을 꿈꾸는 것은 겨울이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이 지난 뒤에는 잠에서 깨어난 봄의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까닭입니다. 2024. 3. 1. 인생의 겨울은 축복입니다 - 윤명상 인생의 겨울은 축복입니다 / 석우 윤명상 죽었나 싶던 나목에 꽃이 피고 잎이 피어납니다. 숨만 쉬겠지 싶었지만 힘차게 줄기를 밀어 올립니다. 인고의 계절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응집의 시간이었습니다. 인생의 겨울은 영혼을 새롭게 하는 연단의 계절입니다. 삶의 한파가 없다면 봄도 없을 것이며 꽃조차 피울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 피우는 꽃은 지난겨울을 견딘 결과이기에 연단은 축복입니다. 2024. 2. 25. 2월의 기도 - 윤명상 2월의 기도 / 석우 윤명상 아직 겨울 품이지만 빗물 양수 속에 뽀얀 새싹이 두 손을 내밀어 기도합니다. 어미의 품속을 더듬는 눈조차 뜨지 못한 갓 태어난 짐승의 새끼처럼 간절한 눈빛입니다. 나목의 품에서 거친 흙 속에서 차가운 늦추위 속에서 내미는 작은 조막손입니다. 꽃을 피우며 생육하고 번성할 수 있기를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려 기도하는 손입니다. 2024. 2. 21. 기도한다는 것은 - 윤명상 기도한다는 것은 / 석우 윤명상 무릎을 꿇거나 두 손을 모으지 않아도 주 안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된다. 말에 요령이 없고 문장이 매끄럽지 못해도 주님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되며 성전이 아니더라도 하루 세 번이 아니더라도 이웃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된다. 밤새 부르짖거나 금식하지 않아도 은혜에 감사하는 것만으로도 기도가 되며 기도하는 모양은 없어도 믿음으로 사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기도가 된다. 2024. 2. 16. 태초에 - 윤명상 태초에 / 석우 윤명상 비가 내리고 태초에 뿌려진 씨앗이 다시 눈을 뜨는 대지. 주께서 흑암에 빛을 심고 먼지로 진흙을 만들어 진흙에서 생명을 심을 때에도 세상은 조용했다. 생명의 창조는 침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창조자의 말씀을 따라 눈을 뜨는 씨앗이다. 겨우내 숨죽이고 귀 기울이던 음성은 흑암을 밝히는 빛이었고 진흙에서 돋는 생명의 창조였다. 2024. 2. 12. 천국 만들기 - 윤명상 천국 만들기 / 석우 윤명상 주님은 말씀하신다. 천국은 마음이 가난한 자의 것이며 너의 안에 천국이 있다고, 마음에 있어야 할 천국을 입술로만 노래하는 세상, 끊임없이 천국을 구하지만 천국과 멀어지는 기도와 열심, 낮은 자의 발을 씻기는 데서 강도 만난 자의 상처를 싸매주는 데서 나보다 남을 더 높여주는 데서 천국이 있건만, 가만히 앉아서 천국을 요구하는 세대에게 주님은 누가 나의 형제며 자매냐 물으신다. 2024. 2. 8. 겨울을 산다는 것 - 윤명상 겨울을 산다는 것 / 석우 윤명상 봄에는 무덤을 열고 솟구치는 생명처럼 가을에는 삶의 과정에 순응하는 낙엽처럼 겨울에는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으로 살자. 여름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겨울에는 인내가 필요한 것. 지금은 겨울,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마음으로 겨울을 살자. 추위를 견디거나 친해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 온몸이 얼어붙고 눈조차 뜰 수 없는 폭설에 작은 호흡 하나뿐이라 한들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까닭이다. 2024. 2. 4. 나의 이름 - 윤명상 나의 이름 / 석우 윤명상 나는 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굳이 불러야 할 필요가 없어 나의 이름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나도 부르기 싫고 종종 잊어버리는 그 이름을 주님은 심심치 않게 부르시곤 한다. 당신을 바라보라며 당신의 음성을 들어보라며 너를 사랑한다며 내 이름을 부르신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부르시듯 내가 나를 부르는 것보다 더 친근하게 내 이름을 부르신다. 2024. 1. 30. 시선 - 윤명상 시선 / 석우 윤명상 어떤 시선으로 보는가. 악마였다가 천사였다가 삐딱한 시선이 만들어 내는 본질에서의 이탈. 나는 아름다운 장미꽃을 본다만 누군가는 매서운 가시를 보고 나는 향기를 맡지만 누군가는 가시에 찔리는 상상을 한다. 자기 모습에 충실했던 장미는 칭송을 받다가 한편에서는 비난을 받고 의도치 않은 미움에 이른다. 십자가의 사랑은 거저 받는 선물인데도 누군가는 돌을 던지며 자존심을 세우려 급급했다. 본질은 변하지 않으며 모든 시선에 맞추지도 않는 것.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닌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것이 시선이다. 2024. 1. 25. 병원 - 윤명상 병원 / 석우 윤명상 나는 네가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무엇을 하는지도 너를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다. 그림자처럼 드리워지는 느낌, 비로소 나의 실체를 본다. 너는 내게 다가온다. 외면하며 피하고 싶어도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감. 친한 벗이 될 운명처럼 나도 모르게 마음을 열고 당연한 듯 너를 받아들인다. 성격상 너를 멀리하고 싶다만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오는 너. 2024. 1. 21. 말뚝을 재건축하다 - 윤명상 말뚝을 재건축하다 / 석우 윤명상 늙은 아파트를 회춘시킨다며 젊은 마음들이 달려들었지만 돈이 몰린다 싶었는지 몇몇은 말뚝을 박기 시작했다. 말뚝쯤이야, 했지만 한 번 박힌 말뚝은 쉽게 뽑히지 않았고 회춘을 꿈꾸던 아파트는 급기야 말뚝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회춘을 위한 내일보다는 늙은이를 위해 차렸던 밥상을 가지고 버무린 양념이 좋지 않았다며 잊을만한 상차림을 두고 싸웠다. 말뚝에 옷자락이 걸려 회춘을 꿈꾸다 기력을 잃어가는 사이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말뚝들은 또 다른 숙주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4. 1. 16. 빛나는 사람 - 윤명상 빛나는 사람 / 석우 윤명상 거룩한 성전에서빛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위대한 회당에도빛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가난하고 못 배우고 병든버림받은광야의 낮아진 영혼 속에서주님은 비로소 빛을 보았습니다. 네 믿음이 크다고네 믿음이 너를 낫게 했다고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했노라고빛나는 사람을 칭찬하셨습니다. 빛나는 사람은거룩한 직분에 있지 않았고권위에 있지 않았으며지극히 평범한 진실에 있었습니다. *활천문학 16호(2024)에 수록*활천 10월호(2024)에 수록 2024. 1. 13. 태양처럼 가자 - 윤명상 태양처럼 가자 / 석우 윤명상 인생이 가는 길은고속도로가 아니다.양탄자가 깔린 길은 더욱 아니다. 오늘처럼 맑은 하늘도 있거니와어제처럼 검은 구름에눈보라 치는 하늘도 있는 것. 구름이 걷히고눈보라가 지나고 나면태양은 여전히 그곳에 있듯이, 인생도 여전히 그 자리에 사는 것.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 흐린 날이 많을 수 있고한동안 흐릴 수도 있겠지만흐렸다 맑아지는 하늘은 아름답다. 구름에 일그러지는 태양이 없듯이태풍이 불어도천둥이 불꽃을 내뿜어도유유히 태양처럼 가야만 한다. 2024. 1. 8. 바람이 분다 - 윤명상 바람이 분다 / 석우 윤명상 바람의 말은 옷깃을, 말의 바람은 가슴을 파고든다. 바람은 계산되지 않는다. 말의 바람은 입에서 불기 시작하여 감정이 우거진 마음의 숲에서 회오리치다가 사라진다. 때때로 말의 바람 때문에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도 한다. 산들바람이었다가 태풍이 되기도 하는 것. 태풍 같은 기쁨이면 좋으련만 말의 바람에 종종 삶이 쓰러지거나 휘청거리기도 한다. 주먹 하나조차 허용하지 못하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의 바람은 어떤 태풍보다 강하고 어떤 검보다 예리하여 수많은 영혼을 휩쓸어 버렸다. 바람은 있어야 하는 것, 바람으로 끝나는 바람이거나 가슴을 열고 심호흡하기 좋은 바람이면 좋겠다. 2024. 1. 3. 시간 - 윤명상 시간 / 석우 윤명상 잘게 조각난 시간이 또 한 움큼 멀리 과거로 떨어져 나간다. 삶이 지나온 호흡이 묻어있는 조각들, 더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움켜쥐려던 알갱이는 손가락 사이로 모두 빠져나가고 아련한 그리움의 느낌만 남았다. 다시 세월의 도마 위에는 하나씩 잘려 나갈 눈금 친 시간이 기다리는데 저 조각들에는 어떤 삶의 이미지가 새겨질까 봄 소풍을 기다리는 소년처럼 나는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2023. 12. 27. 탐욕이 호흡하다 - 윤명상 탐욕이 호흡하다 / 석우 윤명상 탐욕은 아무리 예뻐도 꽃이 될 수 없고 아무리 자라도 기댈 만한 나무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탐욕은 아무리 다듬어도 안락한 의자가 될 수 없고 아무리 화려해도 향기를 풍기지 못한다. 탐욕이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세상, 탐욕이 호흡하는 것은 생명이 있어서가 아니라 생명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며 그 수명은 오래 존재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꽃이 되거나 향기가 된 탐욕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흉기와 가시가 되어 자신뿐 아니라 모두를 찔렀다. 2023. 12. 23. 한 해의 끝에서 - 윤명상 한 해의 끝에서 / 석우 윤명상 생각 같아서는 모든 꼬리를 잘라버리고 홀가분히 가고 싶다. 의도치 않은 고민들이 친구인 척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거머리처럼 마음속에 기생하는 것이 어디 고민뿐일까. 살그머니 들어온 미움도 욕심도 한 마리씩 내 삶에 꼬리가 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로 달려가야 하는데 악착같이 매달려 있다. 모든 것을 버렸기에 거친 눈보라에도 걱정이 없는 저 나목들처럼 살고 싶은데, 나목이 벗어놓은 것들을 나는 움켜쥐고 한 해의 끝에 매달려 있다. 2023. 12. 18. 북극의 눈물 - 윤명상 북극의 눈물 / 석우 윤명상 빙하의 고향이었지만 이제는 빙하가 떠나는 자리에 모기와 파리 떼가 자연스레 입주파티를 벌인다. 터줏대감이던 흰곰은 언제부턴가 유빙을 전전하며 떠도는 노숙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냉정했던 북극은 여성호르몬이 늘어나는 중년 이후의 남자처럼 눈물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 눈물이 어디에서는 폭설이 되고 어디에서는 홍수가 되는 심한 감정기복을 드러냈다. 달래거나 시간이 지난다고 가라앉을 증세가 아니기에 눈치 보는 사이 눈물은 온 마을에 번질 뿐이다. 2023. 12. 14. 잃어버린 시간 - 윤명상 잃어버린 시간 / 석우 윤명상 한 세월의 끄트머리에서 걸어온 발걸음을 되돌아봅니다. 발바닥의 먼지는 부끄러운 맛이지만 쉽게 뱉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매일의 태양을 보내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다시 또 하나의 태양을 맞이하려고 합니다. 발바닥에는 여전히 먼지가 묻은 상태지만 나는 뻔뻔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발걸음을 내디딜 준비를 합니다. 시간을 다시 되돌려 준대도 나는 또다시 올챙이를 모르는 개구리일 것입니다. 2023. 12. 10. 이전 1 2 3 4 5 6 7 ··· 29 다음